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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사태로 일방적인 대회일정 변경, 선수들의 권리는?
김홍주 기자 ( hongju@mediawill.com ) | 2020-04-08 오전 10:15:08
5월 예정이었던 프랑스오픈은 다른 단체나 선수와의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9월로 연기했다
2020년 3월 9일, BNP파리바오픈은 공식 홈페이지 및 트위터를 통해 2020년 대회가 열리지 않을 것을 공지했다. BNP파리바오픈은 대회 취소를 공지하면서 “해당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을 고려하여, 선수와 관중들의 안전을 위해 2020년 대회를 취소한다. 이는 의료진과 질병관리센터, 그리고 캘리포니아주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라고 공지했다.

그런데 이러한 급작스러운 취소 소식에 당황스러움을 전한 것은 오히려 선수들이었다.
당장 커스틴 플립켄스(벨기에, 77위)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러한 갑작스러운 결정에 황당함을 표했다. 그리고 그녀는 여자테니스협회(WTA)를 언급하며, “최소한 이러한 결정 전에 선수들과 긴급 미팅이라도 했어야 하는거 아니냐?”라는 트윗을 올렸고, 이에 소라나 크르스테아(루마니아, 75위)는 플립켄스의 해당 글에 “고마워!”라는 말을 하며 취소 결정에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 팬은 이에 대해 두 선수 및 WTA를 언급하며 “그렇다면 지금 선수들도 일반 팬들과 마찬가지로 대회 취소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알았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고, 크르스테아는 “맞다. 트위터를 통해 지금 확인했다”라고 답했다. 이에 플립켄스는 유명한 WTA선수들의 트위터 계정을 언급하면서 “해당 내용을 최대한 많이 리트윗 해달라”면서 취소 과정을 더욱 공론화시키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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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P파리바오픈 취소와 함께 그 다음주에 예정되어있던 마이애미오픈 역시 BNP파리바오픈처럼 급작스레 취소되었다. 하지만 직전 주, BNP파리바오픈의 연기 발표에 대한 초두 효과(Primacy Effect)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그 임팩트가 적었다.

프랑스오픈 일방적 연기
하지만 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3월 18일, 프랑스오픈 주최측은 트위터를 통해 5월 24일 대회를 9월 20일로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 처사에 대해 선수들은 다시금 반발했다.
크르스테아는 해당 내용을 리트윗으로 인용하며 “뭐라고? 또다시 트위터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라며 황당해했다. 그러자 한 기자는 “그래도 우리는 프랑스오픈 연기를 트위터로 발표되기 전 최소한 메일이라도 받았다”라며 이러한 결정에 어이없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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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뉴욕타임즈의 저명한 테니스 저널리스트인 크리스토퍼 클래리는 바섹 파스피실(캐나다, 93위)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바섹 파스피실은 일방적인 프랑스오픈 일정변경에 대해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하든 모두와 함께하려 하는데 프랑스오픈 측은 ATP, 선수들, 그리고 다른 대회들과 얘기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날짜를 변경해버렸다. 선수들이 당연히 프랑스오픈에서 경기할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 정말 이기적인 행위이다”고 언급했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갑작스러운 프랑스오픈의 일정 변경으로 2019년 프랑스오픈과 US오픈 챔피언인 라파엘 나달(스페인, 2위)은 5주 동안 그랜드슬램타이틀 2개를 모두 방어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편 US오픈 이후의 투어 일정 또한 타격을 받게 되었다. 매년 9월 셋째주에 열리는 국내 유일의투어대회인 코리아오픈 역시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쪽은 레이버컵(Laver Cup)이었다. 옮겨진 프랑스오픈 대회기간 중 첫째주와 둘째주를 잇는 주말기간이, 2020년 보스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레이버컵 일정과 정확히 겹치게 된 것이다. 이미 2020년 레이버컵 티켓은 일부 판매된 후였다. 이에 레이버컵은 “프랑스오픈의 이러한 결정에 자신들 역시 놀랍다. 이는 레이버컵 주최측 뿐 아니라 파트너들인 호주테니스협회, 미국테니스협회, ATP 모두에게도 당황스러운 결정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레이버컵은 “우리는 우선은 현재 일정대로 보스턴에서 레이버컵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이에 일부 팬들은 “페더러가 2020년 시즌 원래 일정대로 프랑스오픈에 참여하지 않고 해당기간 레이버 컵에 나간다면 나는 당연히 레이버컵을 볼 것이다”라는 트윗으로 응수하며 프랑스오픈 주최측의 일방적인 결정에 대한 서운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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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프랑스오픈 연기가 공식화된 후 채 7시간이 지나지 않아 US오픈 주최측은 2020년  일정에 대해 언급했다.
US오픈은 공식 사이트와 트위터를 통해 “현재로서 올해 대회는 원래 일정(08/31~09/13)대로 개최될 예정이며, 해당 일정을 추가적으로 논의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면서 “현재 예측 불가한 상황들로 모든 가능성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미국테니스협회는 2020년 US오픈 개최 여부를 절대로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을 것이며 결정 전 다른 그랜드슬램 대회들과 WTA, ATP 그리고 ITF 및 레이버컵과 같은 다른 대회 및 우리들의 파트너들과 함께 충분히 대화 후 결정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프랑스오픈은 ITF와 프랑스테니스협회가 주도하는데, 아무래도 프랑스의 코로나19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고 있는 만큼 프랑스협회가 주도하여 이러한 일방적인 ‘일정 변경’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프랑스오픈의 일방적인 연기와 함께 ITF, ATP, WTA의 모든 투어는 6월 7일까지 중단되었다가 윔블던 취소와 함께 7월 12일까지 연장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눈여겨볼 내용은, 올시즌 가장 먼저 대회 취소를 결정한 BNP파리바오픈의 결정과정이다. 대회 개최 전 해당지역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발견되는 위급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선수둘에게 사전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대회를 취소해버렸다. 심지어 예선 참여 및 현지 적응을 위해 선수들이 대회 장소에 도착, 코트 적응 훈련 중인 상황이었는데도 선수들에게 의견 청취는 커녕 사전 어떠한 정보전달도 하지 않으며 일방적으로 대회를 취소한 것이다. 결국 현지에 있는 선수들은 대회 취소 소식을 인터넷으로 듣고 경기도 해보지 못한 채 인디안웰스를 떠나야했다. 많은 선수들은 인디안웰스를 떠나며 SNS로 서운함과 내년 재회를 기약했다.

선수들의 이러한 서운함이 채 아물기도 전, 프랑스오픈의 독단적인 일정변경이 그것도 인터넷으로 공표되자 선수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다. WTA, ATP투어는 통상 11월 중 연말 최강자전을 갖고 시즌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그 전까지 거의 모든 주마다 대회가 있기에 대회를 미뤄서 치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프랑스오픈의 일방적인 일정 변경 때문에 다른 대회들의 일정이 미뤄진다면, 미뤄진 대회들 역시 도미노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프랑스오픈의 일방적인 일정 변경은 모든 테니스 관계자들에게 상처만 남기게 된 것이다.

BNP파리바오픈과 프랑스오픈, 두 대회의 일방적인 취소와 연기 결정 과정 때문인지 이후 대회의 취소 및 연기 결정은 선수들 및 테니스 팬들에게 보다 더 오픈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일례가 지난 4월 1일 2020년 대회 취소를 공식화한 윔블던이다. 윔블던은 3월 넷째 주 홈페이지를 통해 2020년 대회 개최 및 일정에 대한 최종 발표를 일주일 뒤에 공표하겠다고 사전 안내를 했다. 그러면서 2020년 윔블던의 "무관중 경기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올잉글랜드론테니스클럽의 이안 휴이트는 “(2020년 윔블던 취소는) 결코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다. 공공의 건강과 윔블던을 찾는 모든 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다”라며 취소의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와 같은 전 세계적인 위기상황에서 올해 윔블던은 취소하되 대신  시설을 이 지역 혹은 더 많은 분들을 돕는데 사용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믿게 되었다”면서 윔블던이 열리는 장소는 앞으로 지역사회 코로나19 감염자들의 치료 혹은 자가격리 시설 등으로 사용될 것임을 공식화했다.
현재까지 결정된 2020년 시즌 그랜드슬램 본선 일정은 아래와 같다.
 
 대회  일정  변경  비고
 호주오픈  1월 20일~2월 3일    개최
 롤랑가로스  5월 24일~6월 7일  9월 20일~10월 4일  3월 18일 트위터 통보
 윔블던  6월 29일~7월 12일  취소  4월 1일 홈페이지 발표
 US오픈  8월 31일~9월 13일    논의중

한편 프랑스오픈 조직위 역시 이러한 일방적인 대회 일정 변경 후 속앓이를 하고 있는 듯하다.
전 세계 1위이자 프랑스오픈 챔피언(1991, 1992)인 짐 쿠리어(미국, 전세계 1위, 은퇴)는 “내가 들은 바로는 프랑스오픈이 일방적인 대회 일정 변경 후,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이 있기도 전에 자신들의 그러한 결정으로 많은 사람들의 감정이 상했음을 스스로 깨닫고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라면서 “그러한 결정이 공표된 뒤 남은 일정에 대해 테니스협회 및 토너먼트 조직위에서 더욱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테니스연맹의 데이비드 해거티 회장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오픈의 연기 결정 및 발표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협업을 통한 결정’이 테니스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라고 밝히며 이번시즌 남은 대회의 개최 및 일정 변경에서는 반드시 ITF 이사회 7명 전원(각 그랜드슬램 대표, ATP, WTA, ITF 회장)과 충분한 논의 후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코로나 팬더믹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BNP파리바오픈 취소를 결정하기 전, 선수들과 소통이 먼저 진행됐다면 어땠을까? 프랑스오픈이 일방적으로 연기를 발표하기 전, 유관기관과 충분히 협의를 하였으면 어땠을까?
두 대회가 처음부터 선수들 그리고 테니스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 이 두 대회는 다른 대회의 반면교사 거리가 아닌 모범사례가 될 수 있었다. 

<글/백승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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