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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포바, 인생 제2막을 준비하다<4편>
김홍주 기자 ( hongju@mediawill.com ) | 2020-03-20 오전 9:38:53
이제는 선수로서의 샤라포바는 우리와 작별을 고했다

그녀가 남긴 업적, 그리고 그녀의 미래


샤라포바가 테니스계에 남긴 업적은 셀 수 없이 많다. 먼저 테니스를 ‘비주얼 스포츠’로 만들며 예전에도 그랬지만 테니스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스포츠가 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에는 그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을 것이다.


샤라포바가 등장하기 전 여자 테니스는 안나 쿠르니코바(러시아), 가브리엘라 사바티니(아르헨티나), 더 멀리 크리스 에버트(미국)까지 테니스 팬들을 사로잡은 미녀 스타들은 많았지만 실력, 외모, 카리스마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지는 못했다. 하지만 샤라포바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겸비하며 테니스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카리스마에 있어서 샤라포바는 독보적인 존재였는데, 일명 퍼스널리티(personality)로 불리는 존재감을 확실하게 내세우며 자신을 브랜드화하는데 성공했다.


과거엔 운동 선수는 단순히 운동을 잘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겼던 시대도 있었지만 실력과 미모를 갖춘 선수가 등장함으로서 한 산업이 어떻게 바뀌는지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샤라포바라는 슈퍼 스타가 등장하며 언론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시청률 및 관중 동원력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투어에 지급하는 미디어 협찬금액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또한 수 많은 스폰서들이 앞 다투어 투어와 선수들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테니스 붐이 일어남에 따라 테니스 라켓, 의상, 신발, 아카데미, 심지어 일반 매장까지 높은 인기를 끌며 테니스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테니스를 모르는 사람까지 샤라포바의 존재, 특히 샤라포바의 괴성은 알고 있었으니 그녀의 영향력은 스포츠 선수를 넘어 최상급의 유명 인사에 버금갔다. 실제로 샤라포바는 브랜드를 최대한 활용했는데 명석한 그녀의 의도도 있었겠지만 그녀의 잠재력을 보고 철저히 마케팅에 활용한 매니지먼트의 도움이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샤라포바의 실력도 뛰어났지만 동시대에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저스틴 에넹(벨기에), 아멜리에 모레스모(프랑스), 킴 클리스터스(벨기에) 그리고 세레나 윌리엄스 등 동료 선수들 보다 훨씬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린 마케팅 및 홍보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샤라포바는 수 많은 패션 잡지의 화보 촬영은 물론 미국의 유명 토크쇼 등에도 자주 출연했으며, 저명한 스포츠 잡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사에 수영복 모델로도 나서는 등 자신의 매력을 유감없이 뽐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의 경제지인 <포브스>에 따르면 샤라포바는 무려 11년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여성 스포츠인으로 이름을 올리곤 했는데 11년간 그녀가 세계랭킹 1위는 아니었으므로 상당 부분이 스폰서를 통해 올린 수입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늘 부만 쫓았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고향인 체르노빌의 재생을 위해 UN 친선대사로 활동했으며, 2018년엔 여성 기업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런칭하는 등 사회 환원 활동도 열심히 이어갔다. 또한 수많은 키즈클리닉, 지역 봉사 활동, 자선 행사, 사인회 등에 참석하며 테니스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오기도 했다.


물론 샤라포바에게 좋은 이미지만 남은 것은 아니다. 지난 2016년 멜도니움 파문으로 그녀가 쌓은 위상이 한 순간에 무너졌던 것은 치명상으로 볼 수 있으며 그 때 당시 그녀에게 쏟아진 비난, 특히 동료 선수들이 모두 등을 돌렸던 정황을 돌이켜보면 그녀가 투어 안에서는 정작 외톨이였음을 알 수 있다. 샤라포바 스스로도 지난 2017년 집필한 자신의 자서전 ‘Unstoppable’에서 언급했듯이 자신은 오롯이 경기에서 이기는 것만을 목표로 했으며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투어에서 그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그러한 고집이 자신이 난처한 상황에서는 비수로 꽂힌 것이다.


또한 샤라포바는 ‘얼음 미녀’라고 불릴 정도로 다소 차가운 캐릭터로도 유명했는데 코트 안팎에서 상대와 뜨거운 논쟁을 벌인 경우도 다수 있었다. 심판들과 자주 언쟁을 벌인 적은 물론, 자신에 대해 안 좋은 멘트를 한 상대 선수들에게 그 보다 더하게 갚아준 사연 또한 많다. 그리고르 디미트로프와 사귈 당시 세레나 윌리엄스가 샤라포바를 비난했을 때 “그녀는 이미 쌓은 업적이 많은데 굳이 남의 사생활에 대해 얘기할 필요가 없다. 자신에 대해서만 얘기하길 바란다”는 한 마디로 세레나에게 의문의 1패를 안긴 일화도 있다.


샤라포바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코트 배정이나 시간 등에 특혜를 받고 있다고 비난한 아그니에쉬카 라드반스카(폴란드)와 캐롤라인 워즈니아키에게는 각각 “그녀는 이미 폴란드에 있지 않나요?(라드반스카가 전 경기에서 이미 졌던 것을 암시)”, “난 퀸즈에 있는 주차장에서 경기하라고 했어도 기쁘게 했을 것이다(워즈니아키가 자신이 랭킹이 더 높음에도 야외 코트에 배정된 것에 불만을 제기했을 때)”라고 우아하게 받아 친 에피소드도 팬들에게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2020년 2월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패션잡지인 <보그>와 <배니티 페어>의 에세이 기고문을 통해 은퇴를 발표한 샤라포바. 팬들에게 은퇴 시점을 미리 고지하고 마지막 작별을 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은 것에 대해 샤라포바는 “그것은 내가 테니스를 시작하면서도 가장 바라지 않았던 점이다. 가장 적합할 때라고 생각할 때 깔끔하게 라켓을 놓는 것이 내가 늘 생각했던 바였고 그렇게 한 것이다. 팬들은 앞으로도 늘 만날 것이다. 코트에서 늘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싸웠던 나의 좋은 모습만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샤라포바는 은퇴한 것에 대해 그만 두는 것(quitting)이 아닌 말 그대로 은퇴(retiring)라고 못 박았다. 그만큼 샤라포바는 자신이 포기하지 않는 파이터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실제로 샤라포바는 자신의 자서전 제목과 같이 당분간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런칭하여 이미 성공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킨 캔디 사업인 슈가포바가 더욱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늘 관심이 있었던 건축 사업에도 뛰어들어 테니스 시설 관련 건축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또한 오는 7월에는 월드팀 테니스에 출전할 것을 공개하였고 미국에서 열리는 비즈니스 포럼에도 사업가로서 참가하기로 하는 등 바쁜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바램과 같이 현재 2년째 함께 사랑을 키워오고 있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할지도 세간의 관심사다. 하지만 테니스 선수로의 현역 복귀 또는 코치로서의 도전은 단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팬들에게 장담까지 했기에 코트에서의 모습을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마리아 샤라포바라는 하나의 큰 별이 테니스 무대에서는 작별하게 됐지만, 이제 테니스 코트 밖에서 새로운 별이 되어 나타날 그녀의 미래를 이제는 우리가 함께 축하해 줘야하지 않을까 싶다. 인생을 즐기며 멈추지 않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마리아 샤라포바. 그녀의 질주 본능이 앞으로도 이어져 한 시대를 함께 했던 수 많은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The unstoppable, Maria.


<전채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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