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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파이널 속에 숨겨진 흥미진진한 이야기
박준용 기자 ( loveis5517@tennis.co.kr ) | 2018-11-15 오후 3:46:10
현재 영국 런던에서 열리고 있는 ATP파이널에 출전하고 있는 8명의 선수들이 대회에 앞서 영국 국회의사당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GettyImagesKorea
[테니스코리아= 전채항 객원기자]현재 영국 런던에서 시즌 왕중왕전 ATP파이널이 열리고 있다. 이 대회는 시즌을 마무리하는 피날레 무대로서 늘 주목 받기 마련이다.
 
올해도 2018년의 마지막을 투어 파이널에서 화려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상위권 선수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투어 파이널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아보고자 한다. 흔히 생각하지 못했던 기록의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식상할 수 있지만 가장 쉬운 이야기부터 풀자면 역시 최다 우승 기록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1970년부터 마스터스 그랑프리(Masters Grand Prix)라는 이름으로 톱 선수들만이 출전하는 시즌 엔딩 개념의 대회가 열린 것을 계기로 1999년 지금의 ATP 월드투어 파이널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기까지 남자테니스계에서 투어 파이널의 역사는 50년 가까이 이어지는 중이다.
 
여자 테니스계에서는 지난 1972년부터 투어 파이널이 개최되었으며 예전에는 토너먼트 형식을 취했으나 2003년부터 지금의 라운드로빈 형식으로 변경하여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하는 선수는 누구일까?
 
ATP와 WTA파이널 최다 우승자 명단
 
역시 현존하는 최고의 선수 페더러가 ATP에서는 6회 우승으로 기존 선수들을 넘어섰고 WTA에서는 철녀 나브라틸로바가 무려 8회 우승으로 최고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투어 파이널이 실내 코트에서 열리는 만큼 인도어의 강자 페더러가 최다 우승 기록을 더 경신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여자부 최다 그랜드슬램 우승 기록을 눈앞에 둔 세레나가 파이널에서도 최고를 기록할 수 있을지 역시 주목된다.
 
ATP파이널 최다 우승자 페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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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A파이널 최다 우승자 나브라틸로바
 
최다 아차상 기록은?
다수의 결승 진출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이루지 못했거나 가까스로 다행히 우승을 기록한 선수는 누가 있었는지 알아보자. 아래 기록은 순수하게 준우승만 기록한 것이다.
 
 
베커의 경우 총 8차례 결승에 올라 세 차례 우승을 기록했지만 페더러와 렌들은 더 많은 우승을 기록하기도 했으니 희비가 엇갈리는 기록이다. 반면, 전 세계 1위였던 쿠리어와 나달은 투어 파이널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여자부에서는 우승 기록의 1위였던 나브라틸로바가 여전히 준우승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무려 14회 결승 기록이라는 철옹성을 쌓아 올렸고 데이븐포트가 3회 준우승을 기록했으나 다행히 1회 우승을 차지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재미있는 점은 최고 랭킹이 3위에 불과했던 사바티니가 무려 우승 2회 및 준우승 2회를 기록했다는 사실인데 역시 그라프와 셀레스가 존재하던 ‘죽음의 시대’에 활동했던 그녀의 안타까움이 지금도 전해지는 느낌이다.
 
가장 의외의 우승자는?
ATP에서는 단연코 2009년 우승자 니콜라이 다비덴코를 뽑을 수 있겠다. 당시 세계 남자 테니스계를 쥐락펴락하던 ‘빅4’가 총출동한 가운데 모두가 이들 중 한 명이 우승할 것임을 확신했고 그 누구도 다비덴코의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다.
 
더욱이 다비덴코는 6번시드로 대회에 출전해 조코비치가 버티고 있는 라운드로빈을 무사히 넘어설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하지만 다비덴코는 라운드로빈에서 2승 1패를 기록하며 로빈 소더링(스웨덴), 조코비치와 동률을 이뤘으나 게임 득실 수에서 조코비치에 앞서며 극적으로 4강에 합류했다.
 
4강에서 세계 최강 페더러를 만난 다비덴코는 상대 전적에서 12연패를 기록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히 인생 경기를 펼친 끝에 페더러에게 승리했고 결승에서 그해 US오픈 우승자 후안 마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마저 물리치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맛보게 되었다.
 
WTA에서 가장 의외의 우승자로 비교적 최근인 2016년에 우승한 도미니카 시불코바(슬로바키아)를 떠올리게 된다. 꾸준히 20위권대 성적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이던 시불코바는 27살이던 2016년 비로소 만개하며 처음으로 톱10 진입에 성공했고 시즌 후반 좋은 성적을 거두며 파이널이 열리기 2주 전 자신의 첫 투어 파이널 진출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라운드로빈에서 안젤리크 케르버(독일)와 매디슨 키즈(미국)에게 연달아 패해 탈락 위기에 몰린 시불코바는 당시 세계 3위였던 시모나 할렙(루마니아)을 꺾고 게임 득실 세트 수에 의해 극적으로 조 2위로 4강에 진출하는 호재를 얻게 되었다.
 
4강에서 스베틀라나 쿠즈넷소바(러시아)에게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까지 진출한 시불코바는 라운드로빈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케르버를 상대로 스트레이트 승을 거두며 깔끔하게 복수에 성공, 생애 첫 투어 파이널 진출과 동시에 우승까지 거머쥐며 행복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라운드로빈에서 2패를 기록한 시불코바는 게임 득실 세트에서 앞서 간신히 4강 토너먼트에 진출해 우승까지 차지했다
 
 
가장 극적인 우승자는?
누가 뭐래도 2005년 ATP 우승자 다비드 날반디안(아르헨티나)과 2015년 WTA 우승자 아그니에쉬카 라드반스카(폴란드)를 뽑을 것이다. 2005년은 ATP에서 매우 독특한 한 해였는데 클레이 코트의 강국인 아르헨티나에서 무려 4명 투어 파이널 진출자를 낳은 것이다.
 
날반디안을 포함해 전년도 프랑스오픈 우승자 및 준우승자였던 가스톤 가우디오와 기예르모 코리아 그리고 그해 프랑스오픈 준우승을 기록한 마리아노 푸에르타까지 절반의 선수들이 아르헨티나 출신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날반디안은 대회 출전 자체가 매우 극적이었는데 마지막 한자리를 놓고 푸에르타와 시즌 막판까지 경쟁을 벌이던 와중에 8위의 성적으로 대회 출전을 확정 지었다. 라운드로빈에서는 세계 1위 페더러를 만나 졌는데 이후 두 경기를 내리 승리하며 4강에 오르는 기쁨을 맛보았다. 4강에서 다비덴코를 물리친 날바디안은 결승에서 다시 한번 페더러를 만났는데 상대전적 5승 4패로 우위에 있었지만 4연패를 당하고 있던 날반디안 입장에서는 분명히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날반디안은 역시 페더러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첫 세트와 두 번째 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연달아 내주며 이대로 무너지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날반디안은 포기하지 않았고, 연달아 두 세트를 획득, 마지막 다섯 번째 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챙기며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역전 승리를 이뤄냈다. 날반디안은 이 우승으로 그해 그랜드슬램 또는 마스터스 시리즈를 우승하지 않고 정상에 오른 역사상 유일한 선수라는 특이한 이력 또한 갖게 되었다.
 
2005년 극적으로 출전해 우승까지 거머쥔 날반디안
 
 
여자부의 라드반스카는 라운드로빈 결과에 있어 그 누구보다도 극적인 결과를 얻은 선수이다. 5번시드로 출전한 라드반스카는 라운드로빈에서 샤라포바와 플라비아 페네타(이탈리아)에게 연달아 패해 탈락이 거의 확실시 됐었으나 마지막 경기에서 할렙을 이기고 페네타, 할렙과 함께 3명이 1승 2패로 동률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세트 득실 결과 라드반스카는 3개의 세트를 이겼기에 2개의 세트밖에 이기지 못한 할렙과 페네타를 제치고 샤라포바에 이어 극적으로 4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이어  4강에서 라운드로빈을 무패 행진으로 통과한 가르비네 무구루자(스페인)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라드반스카는 결승까지 진출, 페트라 크비토바(체코)와 우승을 다투게 됐다. 상대전적 2승 6패로 절대 열세였던 라드반스카의 승리를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 채 시작된 경기는 의외로 라드반스카의 노련함과 마법 같은 드롭샷 행진으로 그녀의 페이스로 흘러갔고 두 번째 세트에서 주춤했던 것을 털어내고 세 번째 세트를 완벽하게 가져오며 최종 승자로 우뚝 올라서게 됐다.
 
그해 WTA의 ‘올해의 경기(투어 파이널 4강)’ 및 ‘올해의 샷(투어 파이널 결승)’ 상을 바로 이 대회를 통해 수상했던 그녀였기에 2015년 투어 파이널은 얼마 전 은퇴를 선언한 라드반스카에게는 잊지 못할 대회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라운드로빈 탈락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정상에 오른 라드반스카
 
가장 안타까운 개근상은?
투어 파이널에 꾸준히 참가하고도 심지어 우승 후보로 늘 거론되면서도 정작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안타까운 선수는 놀랍게도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인 나달이다.
 
그는 무려 13차례나 출전 자격을 얻었지만 부상으로 기권했던 5차례를 제외하고 8차례 출전했는데 이 중 지난 2010년과 2013년 준우승만 기록하였을 뿐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며 골드슬램을 완성한 나달이 유일하게 가지지 못한 것이 바로 투어 파이널인데 나달이 과연 은퇴 전 이 값진 우승컵을 품에 안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4대 그랜드슬램와 올림픽까지 평정한 나달이 ATP파이널 트로피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올해 대회에도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다.
 
나달 못지않게 안타까웠던 선수로는 현재 유로스포츠에서 맹활약하며 해설가 중 단연 으뜸의 실력을 뽐내고 있는 왕년의 스타 매츠 빌란더(스웨덴), 아시아인의 희망으로 불렸던 마이클 창(미국), 전 세계 1위 예브게니 카펠니코프(러시아) 그리고 노력파인 ‘작은 거인’ 다비드 페러(스페인)를 논할 수 있는데 이들은 무려 7차례의 투어 파이널 진출 및 1차례의 준우승이라는 똑같은 기록을 공유중이다. 안타깝게도 모두 은퇴하여 이 기록은 역사적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여자부에서는 나달보다 더한 어찌 보면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비운의 기록이 있는데 바로 나달의 자국 선배이자 스페인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아란차 산체스 비카리오(스페인)가 그 주인공이다. 무적의 그라프가 주름잡던 1990년대 중반 최고의 기량을 뽐내며 그라프를 1위 자리에서 끌어내린 파격적인 주인공이었던 산체스 비카리오는 최고의 실력을 갖췄음에도 유독 투어 파이널과는 인연이 없었다.
 
나달과 마찬가지로 공이 빠른 실내 코트에서 유독 약세를 보였던 그녀는 무려 13차례의 투어 파이널 진출, 그것도 1989년부터 2001년까지 무려 13년 연속이라는 엄청난 기록에도 불구하고 1993년 단 한 차례의 준우승만을 기록할 정도로 애잔한 기록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산체스 비카리오보다 약간 덜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선수들이 있었으니 흑인 여자 테니스의 상징으로 불렸던 지나 개리슨 잭슨(미국)과 산체스 비카리오와 함께 스페인 여자 테니스를 세계 최강으로 이끌었던 콘치타 마르티네즈(스페인)가 있다. 이들은 산체스 비카리오보다 한 회씩 적은 12번 투어 파이널에 출전했는데 더 안타까운 것은 단 한 번도 결승 문턱에 올라보지 못했다.
 
가장 화제의 장면은?
투어 파이널과 관련하여 각종 에피소드가 많은 가운데 가장 웃지 못할 해프닝은 지난해에 벌어졌다. 지난해 ATP 투어 파이널은 레전드인 피드 샘프라스와 보리스 베커의 이름을 빌려 두 개 조의 그룹명을 지었는데 이 중 한 명인 베커가 대진표 발표식에 지각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약과에 불과했다. 페더러가 베커 조에, 나달이 샘프라스 조에 배정된 가운데 ATP 웹사이트에서 스케줄을 잘못 기재해 팬들이 엉뚱한 날짜에 티켓을 구매하게 된 대형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베커 조가 일요일에 먼저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ATP 웹사이트에서 샘프라스 조가 일요일에 경기한다고 안내를 하였고 시작 날짜를 기준으로 팬들이 선수가 경기할 날짜를 미리 계산하여 격일로 티켓을 모두 구매한 것이다. 뒤늦게 실수를 발견한 ATP에서 나중에 정정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 팬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경기적인 측면에서는 2014년 페더러와 스탄 바브린카(스위스)의 4강을 들 수 있는데 마지막 세트 5-5 상황에서 페더러의 아내 미르카가 관중석에서 리턴을 준비하고 있던 바브린카에게 “울보”라고 칭했고 이를 들은 바브린카가 미르카에게 바로 항의하며 경기가 잠시 중단될 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페더러의 승리로 끝난 후 라커룸에서 둘 사이에 약간의 신경전이 있었다는 설도 있으나 대화로 원만히 해결됐다고 하니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만 알 수 있지 않을까.
 
WTA에서도 인상을 찡그릴 만한 일이 있었는데 바로 지난 2012년 샤라포바와 라드반스카와의 라운드로빈이었다. 무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 경기는 샤라포바가 5-7 7-5 7-5로 역전승을 거뒀는데 그 과정이 좋지 않았다.
 
2012년 WTA파이널에서 경기를 마친 후 라드반스카(오른쪽)와 샤라포바가 악수를 하고 있다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기로 유명한 두 선수는 그해 호주오픈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라드반스카가 당시 8강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 샤라포바의 고함 소리에 대해 “좀 짜증 나고 너무 시끄럽다. 그렇게 시끄럽게 지를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을 하자 샤라포바가 이에 대해 “벌써 폴란드로 돌아가지 않았느냐? 이미 여기에 없을 텐데 언제 그런 발언을 할 시간이 있었냐?”며 비아냥 섞인 발언으로 화답, 둘 사이의 화를 돋웠다.
 
이윽고 벌어진 그해 투어 파이널에서 마지막 세트 3-4로 뒤진 상황, 샤라포바의 지속적인 공격에 라드반스카가 끈질긴 수비로 맞섰고 라드반스카가 받아내지 못하자 샤라포바는 허공에 대고 “뛰어! 뛰어!”라는 고함을 지르며 차가운 관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 장면은 지금도 많은 팬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글= 전채항 객원기자, 사진= GettyImagesKorea
 
[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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