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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코의 맛있는 인터뷰]'선수에서 코치'로 성공적 변신 김진희, 최고의 한 해를 보내다
이은미 기자 ( xxsc7@tennis.co.kr ) | 2017-12-08 오후 1:10:58
선수에서 코치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강원도청 김진희 코치. 사진= 최대일(스튜디오UP)
[테니스코리아= 이은미 기자]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 쌀쌀한 기운이 감돌던 11월 3일. 인터뷰를 위해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한 음식점을 찾았다. 약속 시각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촬영 준비를 하던 그때,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검정 블루종 점퍼로 수수하게 멋을 낸 주인공이 찾아와 인사를 건넸다. 코치로 부임한 지 약 2년 만에 팀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강원도청 김진희 코치다.
 
  [방이샤브샤브칼국수서울 송파구 오금로31길 42
                                                                                                                                
추억의 공간 방이동에서 만나다
만남의 장소는 다름 아닌 서울 송파구 방이동이었다.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한 2km 남짓 떨어진 곳, 오후 5시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방이샤브샤브칼국수로 향했다. 이곳은 방이동의 터줏대감 음식점이다. 김진희 코치는 선수 시절부터 자주 찾아 10년이 넘는 단골이다.
 
"방이샤브샤브칼국수는 10년 전부터 자주 왔던 곳이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방이동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곳 식당은 다 섭렵하고 있다"면서 "여기는 유명한 맛집이라 예약도 안 받는다. 맛도 좋지만 음식이 빨리 나온다. 그래서 회전율도 빠른 것 같다"고 전했다.
 
요리는 자주 못 하지만 가끔 한단다. "직업 특성상 집에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요리는 거의 못 한다. 가끔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를 만들곤 하는데 남편이 시중에 파는 음식과 흡사하다고 했다"고 은근한 자랑을 해 웃음을 안겼다.
 
추운 날엔 유독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 요리가 입맛을 자극하는 법. 이날 먹은 샤브샤브는 추위에 언 몸을 녹이기에 제격이었다. 따끈한 국물에 얇게 썬 고기와 채소를 익혀 한입 해보자. 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다.
 
수의사가 꿈이었던 소녀, 테니스 선수가 되다
김진희 코치는 어렸을 적 그저 동물을 사랑하고 수의사가 꿈인 학생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테니스 선수가 됐을까.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 테니스장이 있어서 지나가다 본 적은 있었지만 큰 관심은 없었다. 그러다가 선생님이 달리기를 잘하면 테니스 선수를 시켜준다고 해서 달리기를 모두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진희 코치는 그 당시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결국 달리지도 않고 걸어서 들어가 꼴찌를 차지했다. "꼴찌로 들어간 후 일렬로 서 있었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선수를 안 해도 되니까 테니스를 해보라고 했다. 아마 그때 속으로 '나 꼴찌 했는데 뭐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엉겁결에 테니스 라켓을 잡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때부터 김진희 코치와 테니스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김진희 코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3이 되던 해 한솔제지의 후원을 받으면서 세계 무대에 도전했다. "그 당시 한솔팀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기회였다. 남들한테 주어지지 않은 특권이었다. 그만큼 잘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김진희는 스스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선수 생활을 보냈다고 했다. 그의 선수 생활은 굴곡의 연속이었다. 중요한 순간 부상이 찾아왔다. 허리 부상 그리고 어깨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결국 김진희 코치의 톱100 목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의 최고 랭킹은 2003년에 기록한 235위였다. 또 우승은 서키트에서 4차례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계속 컨디션이 올라가다가 200위권에서 다치고 또 몸을 만들면 다쳤다. 이런 생활을 반복했다. 몸 관리를 못한 나의 잘못이 크다"면서 "프로 선수라면 부상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하는데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큰 아쉬움을 내비쳤다.
 
순탄치 않은 테니스 선수의 길이었다. 20세의 김진희 코치는 때늦은 사춘기를 겪기도 했다. 대회에서 경기하고 있는데 자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지도자들의 말을 듣게 된 것. "유망주로 소문이 난 친구가 공을 못 치고 있으니까 선생님들끼리 그런 얘기를 나눈 것 같다. 경기 중인데도 대화 내용이 너무 잘 들렸다"면서 "그 이후로 테니스 코트에 서 있는 자체가 공포였다"고 전했다.
 
김진희는 결국 팀 이탈로 자신이 처한 상황이 극에 달했음을 알렸고 한 달 동안 수원에 있는 친구 집에서 숨어 지냈다. 당시 한솔제지 코치진은 김진희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고 김진희는 고민 끝에 다시 운동하기로 결정했다.
 
김진희 코치는 이 시기를 '인생 최대의 고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늘 같은 존재' 이정명 감독
27세의 나이로 강원도청에 들어간 김진희는 선수 겸 코치로 활동했다. 그러나 김진희 코치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다. 이정명 감독의 대장암 말기 선고를 들은 것. 이정명 감독과 김진희 코치는 한솔제지 팀에 있을 당시에도 늘 함께했었던 각별한 사이다.
 
"제 테니스 인생에서 감독님을 빼고 얘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정명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김진희 코치가 건넨 한마디였다. "한솔제지 팀에 있을 때 당시 코치 셨으니까 거의 매일 같이 있었다. 엄마이자 친구, 친구이자 언니 모든 역할을 다 해주셨던 분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정명 감독이 대장암 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아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났다. "20살 즈음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만큼 슬펐다.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암이 꽤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병원에서 생존 확률이 거의 없다고 얘기해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감독님은 나한테 하늘이었기 때문이다"고 비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진희 코치는 이정명 감독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고. "일단 수술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서 속도라도 늦추기 위해서 항암 치료를 진행했다. 근데 약을 자꾸 안 드시려고 해서 감독님께 화를 냈더니 감독님이 '네가 먹어봐. 이게 먹고 싶은지'라고 하시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대신 먹어서 나을 수 있으면 100번이라도 먹을 수 있었다.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정말 속상했다"고 전했다.
 
이어 "돌아가신 지 2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전에도 감독님 뵈러 안산에 있는 봉안당에 갔었다. 갈 때마다 그곳에 계신 게 상상이 안 간다"고 했다.
 
김진희 코치는 호두파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호두파이는 이정명 감독이 생전 가장 좋아했던 음식 중의 하나였다. 이날 따라 김진희 코치에게서 이정명 감독이 떠난 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김진희의 희망찬가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진희 코치. 
 
"코치요? 극한직업이죠."
 
김진희 코치는 강원도청에서 지도자 생활 2년째이다. 직책은 코치이지만 감독의 역할을 하고 있다. 김진희 코치는 부임 초기 때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에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결국 의사의 처방을 받아 수면제를 복용하면서 코치 생활을 했다. 부임 초기 때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에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결국 의사의 처방을 받아 수면제를 복용하면서 코치 생활을 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달려온 김진희 코치는 올 시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냈다. 강원도청은 최지희 정수남 강서경 등이 개인전에서 선전하며 올해 상주서키트, 1~2차 김천서키트, 한국선수권 등 국내외 대회를 휩쓸었다. 또 전국체전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김진희 코치는 올해 여자 국가대표팀 사령탑까지 맡게 되는 겹경사도 맞았다.
 
김진희 코치는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워낙 좋은 선수들이 저희 팀에 와줬으니까 그런 성적을 낸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진희 코치는 자신에게 몇 점을 주고 싶냐는 질문에 "나에게 점수를 주기보다는 선수들에게 점수를 주고 싶다. 내가 이룬 것이 아니라 모두 선수들이 일궈낸 것이기 때문이다"고 애정 어린 칭찬을 건넸다.
 
기쁜 순간도 잠시,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김진희 코치는 다시 고뇌에 빠졌다. "올해를 끝으로 (최)지희 가 농협으로 가고 인천시청 김다혜와 원주여고 이다미를 영입한다.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이기에 잘 키워서 기존의 선수들과 대등하게 경기를 할 수 있게끔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라고 새 시즌에 대한 희망찬가를 불렀다.
 
-기사 전문은 테니스코리아 12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글= 이은미 기자(xxsc7@tennis.co.kr) 사진= 최대일(스튜디오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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