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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선진국 주니어 육성에서 길을 찾다⑧- 중국편
박준용 기자 ( loveis5517@tennis.co.kr ) | 2019-05-27 오후 3:43:03
중국 테니스의 최종 목표는 자국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국가대표를 만드는 것이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탄탄한 주니어 육성 시스템이 곧 그 종목의 자산이자 경쟁력이다. 현재 한국 테니스는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정현(한국체대)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제2의 정현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주니어 육성은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제다. 매주 한 차례씩 테니스 선진국의 주니어 육성법을 살펴보고 한국 테니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자.
 
<글 싣는 순서>
1. 국가 주도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세계 정상에 재도전하는 미국
2. ‘흙’에서 주니어를 키우는 스페인
3. 적극적인 협회의 지원으로 꽃피우는 테니스 종주국, 영국
4. 영국과 스페인의 장점을 골고루 보유한 프랑스
5. 충실한 기본기와 강한 정신력을 앞세운 러시아
6. 강력한 자생력의 상징, 호주
7. 집중 투자와 뛰어난 인프라로 세계 무대와 어깨를 겨룬 일본
8. 사회주의에서 꽃피운 대륙의 성공,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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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에서 꽃피운 대륙의 성공, 중국
중국은 미국에 이어 GDP 세계 2위의 가장 강력한 국가 중 하나이자 인구로 따지면 그 어느 나라와도 견줄 수 없는 최고의 국가다. 테니스 지도에서만 봐도 중국은 ATP투어 1000시리즈인 상하이마스터스를 올해로 11년째 개최하고 있고 WTA의 경우 그 위상은 더해져 3개의 프리미어급 대회와 더불어 연말 파이널 대회마저 향후 10년간 중국 선전에서 열릴 예정이다.
 
거액의 상금이 제공되는 마스터스와 프리미어급 대회에 이어 무려 1천400만달러(약 170억원)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전년 대비 2배나 상금을 끌어올린 WTA투어 파이널까지 유치하게 된 중국. 이런 경제성을 보면 중국이 마치 최고의 경제국가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중국은 아직도 사회주의에 입각한 국가라는 것이다.
 
이를 가장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은 바로 중국테니스협회(이하 CTA) 소속의 선수가 정부에 반환하는 세금의 비율을 보면 알 수 있다. CTA 소속 선수는 교통 및 숙박, 훈련 등 모든 제반 비용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대신 상금 수입의 65%를 이에 대한 대가로 지불해야 하며 나아가 기타 스폰서십 등의 수입은 거의 전액을 반환해야 하는 구조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리나와 같은 그랜드슬램 챔피언이 탄생했을까? 중국의 주니어 육성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2011년 프랑스오픈 정상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획득한 리나. 사진= GettyImagesKorea
 
먼저, CTA의 강력한 국가주의적 사상에 입각한 트레이닝 시스템이다. 중국 공산당은 다른 모든 스포츠 종목과 마찬가지로 테니스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23개의 지방자치단체를 관리하며 해당 소속 선수들을 공산당 산하에 두고 있다.
 
테니스의 경우 중국의 목표는 단 하나, 바로 중국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국가대표를 만드는 일이다. 따라서 CTA 선수로 등록될 경우 실력과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해주되 이에 대한 대가로 추후 수입의 상당 부분을 국가에 반환하게 되는 것이다.
 
CTA가 주니어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중국은 철저하게 선수들의 훈련 스타일은 물론 그들의 코치, 생활습관, 스케줄까지 통제하며 온전한 무사가 되게끔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 스타일 역시 같은 훈련을 반복하고 실수를 하면 윽박지르며 정신력을 강조하는 우리의 과거(또는 현재) 운동 방식과 매우 유사한 옷을 아직도 입고 있다고 한다.
 
이는 리나의 자서전 ‘Playing Myself’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졌는데 리나조차 이러한 통제를 견디지 못하고 2년간 라켓을 잡지 않은 일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마냥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아직 빈부격차가 큰 중국에서 비용 대부분을 정부에서 감안해주는 직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CTA 소속, 즉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선수가 될 경우 연봉으로 약 7~8천만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니어 입장에서만 본다면 마냥 좋은 방법은 아니다. 철저히 육체적이고 고된 방식을 통해 트레이닝을 받다 보니 다양한 플레이를 습득하지 못하고 그저 그런 선수로 남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소속팀이 출전하는 대회를 위해 그랜드슬램을 포기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니 개인으로서는 매우 치명적인 사항이다.
 
이처럼 중국은 그들의 울타리 안에서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지내왔으나 두 명의 저항자가 나타나며 이러한 판도는 송두리째 바뀌기 시작했다. 그 개척자는 바로 리나와 펭 슈아이였다. 리나와 슈아이는 약간 다르지만 서로 유사한 길을 걸었는데 처음에는 CTA 소속으로 뛰었으나 자신의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CTA와의 협상에 성공, 사상 처음으로 ‘솔로 출격’에 나선 것이다.
 
각각 허베이와 톈진 지구 소속이었던 그들은 프로 무대에서 점차 뛰어난 실력을 거두자 더 큰 성장을 위해 해외에서 실력을 닦을 것을 CTA에 요청하였고 기나긴 협상 끝에 비용 지원을 일체 CTA로부터 받지 않고 수입의 단 10% 정도만 국가에 반환하고 동시에 모든 전권을 가지게 되는 유례없는 사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대한 반증으로 리나는 저스틴 에넹(벨기에)과 7차례 그랜드슬램 우승을 이끈 아르헨티나의 명장 카를로스 로드리게스를 자신의 코치로 영입하여 아시아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 우승을 이뤄냈고 슈아이 역시 외국인 코치와 함께 복식 세계 1위에 오르며 선로를 개척했다. 이들의 도전을 발판 삼아 후배들의 길이 훨씬 더 쉽게 열렸는데 바로 주니어들의 ‘솔로 출격’이 훨씬 더 용이해진 것이다.
 
리나의 성공으로 중국의 테니스 인프라가 급격히 늘어나고 테니스 시장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자 CTA 역시 스타 파워를 절실히 느낀 것이다. 더군다나 리나의 은퇴 이후 또 다른 스타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현재 유망한 주니어들과 프로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CTA 지원을 뒤로한 채 자신의 돈을 투자하여 해외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주니어 육성법은 크게 CTA 산하 지방 소속팀 하에 안전하게 성장하는 방식과 불확실한 미래를 지니고 있지만 과감히 해외로 떠나는 유학파로 나눌 수 있겠다.
 
최근 중국에서는 테니스를 배우려는 어린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약 4조원 규모로 떠오른 어마어마한 중국 테니스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본 유수의 해외 테니스 아카데미가 중국에 일제히 진출함에 따라 또 다른 성장 발판이 생겨나고 있다. 리나의 코치였던 로드리게스가 지난 2010년 베이징에 자신의 테니스 아카데미를 설립하며 400여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으며 스페인의 유명 테니스 아카데미이자 세계에서 손꼽히는 엘리트 아카데미 산체스-카살 아카데미가 톈진에 문을 열었고 난징, 우한, 선전 등 거의 모든 대도시에 사설 테니스 아카데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 주니어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있다. 가능성이 많이 열렸다고 하여 모든 주니어의 ‘솔로 출격’이 가능하진 않다. 바로 국가에 도움이 될 인재, 즉 올림픽 메달을 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소수의 선수만이 CTA의 승인 아래 외국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만 보면 어쩌면 중국이 가장 체계적인 공장과도 같다고 할 수 있겠다. 가장 매력적인, 가장 큰 상품성을 지닌 자원만 세계로 내보내는 중국. 사회 체제가 바뀔 수 없다면 CTA 차제 하에서도 뛰어난 선수들이 나오고 솔로로 출격한 선수들 또한 더 많은 사례를 남길 수 있길 희망한다.
 
글= 전채항 객원기자,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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