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한국 테니스, 코리아오픈을 통해 또 다른 15년을 바라보다
박준용 기자 ( loveis5517@tennis.co.kr ) | 2018-10-01 오후 8:53:52
KEB하나은행 코리아오픈 결승이 열린 23일에 코트에 입장하려는 관중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테니스코리아= 박준용 기자]지난 9월 15일부터 23일까지 서울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국내 유일의 테니스 투어대회 KEB하나은행 코리아오픈(총상금 25만달러)이 열렸다.
 
지난 2004년에 처음 개최된 코리아오픈은 그동안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 은퇴),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25위), 비너스 윌리엄스(미국, 22위) 등 세계 스타들이 방한해 가을 하늘에 테니스의 정수를 보여줬다. 특히, 15주년을 맞이한 올해 대회에는 디펜딩 챔피언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 13위)를 비롯해 16년 우승자 라라 아루아바레나(스페인, 73위), 15년 우승자 이리나 카멜리아 베구(루마니아, 53위), 13년 우승자 아그니에쉬카 라드반스카(폴란드, 65위) 등 역대 코리아오픈 챔피언 4명이 출전하는 막강 라인업을 구축해 테니스 팬들을 설레게 했다.
 
기대를 모았던 오스타펜코와 라드반스카가 각각 2회전 탈락하면서 대회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키키 베르텐스(네덜란드, 11위)와 아얄라 톰야노비치(호주, 46위)의 결승이 열린 9월 23일에 약 7천명의 관중이 센터코트를 메웠다. 약 9천명의 만원 관중이 운집한 지난해 결승에 비하면 적은 수이지만 추석 연휴가 겹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중 동원 면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WTA 관계자도 인터내셔널 대회에 이렇게 많은 관중이 찾은 것에 놀라웠다고 한다. 한나래(인천시청)-최지희(NH농협은행)가 복식에서 우승하며 코리아오픈의 피날레를 장식한 것도 한몫했다. 남녀 통틀어 한국 선수가 투어 복식에서 우승한 것은 지난 2004년 코리아오픈의 조윤정-전미라 이후 무려 14년 만이었다. 선수 이름값에 대회 흥행이 결정되던 과거와는 달리 올해 오스타펜코와 라드반스카가 일찍 탈락했음에도 팬들이 꾸준히 경기장을 찾은 것을 보면 이제 코리아오픈은 단순히 테니스 대회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KT1_7749.JPG
결승이 열린 23일에 약 7천명의 관중이 센터코트에 운집했다
 
결승이 열린 23일에 약 7천명의 관중이 센터코트에 운집했다
 
첫 대회부터 대회 토너먼트 디렉터(이하 TD)를 맡고 있는 이진수 JSM 대표는 “이제 코리아오픈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테니스 대회로 자리 잡았다. 지난 15년 동안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테니스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 때문에 놓을 수 없었다. 올해 코리아오픈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과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긍정적인 희망을 발견한 대회였다”고 올해 대회를 평가했다.
 
세계 테니스 무대에서 투어 대회 개최 여부가 곧 그 나라의 테니스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일본에서 꾸준히 세계 정상급 선수가 나오는 것도 일찍부터 투어 대회를 개최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ATP투어 500시리즈 라쿠텐 저팬오픈은 1972년에 처음 개최됐고 WTA투어 토레이 팬 퍼시픽오픈은 1984년에 처음 열렸다. 이밖에 코리아오픈과 같은 인터내셔널 등급인 저팬여자오픈을 지난 2009년부터 개최해 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코리아오픈은 지난 15년 동안 한국 테니스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먼저, 선수들에게는 투어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로 성장하겠다는 동기부여를 심어줬다. 올해 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나래와 최지희 역시 어렸을 때 코리아오픈 볼퍼슨을 하며 세계무대를 향한 꿈을 키웠다. 뿐만 아니라 현대 테니스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교육의 장 역할도 했다. 테니스 팬들은 코리아오픈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들의 경기를 관람하며 서키트나 퓨처스 등에서 만족하지 못한 선진 테니스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
 
특히, 올해에는 소외계층이 테니스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 우리가 아닌 모두가 테니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등 양적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장했다는 평가다. 우정사업본부는 ‘어린이 테니스 페스티벌’을, 인천공항공사는 소외계층과 학생들에게 코리아오픈 관람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
 
 이진수 TD(가장 오른쪽)가 인천공항공사를 대신해 휠체어 테니스 단체에 티켓을 기부했다.
(왼쪽부터)서울시장애인테니스협회 이성용 전무이사,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 이범주 사무국장, 경기도 장애인테니스협회 정재철 전무이사, 이진수 TD
 
H6FXBW1G246H1EFG1XT2.JPG
인천공항공사의 사회공헌활동으로 코리아오픈을 관람한 어린이 클럽 '슈퍼테니스'
 
코리아오픈이 지난 15년의 시간 동안 순탄한 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대회 원년부터 2011년까지 한솔그룹, 2012~2013년 KDB산업은행, 2014년 기아자동차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으나 2015년과 2016년에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고 개최권까지 홍콩의 스포츠매니지먼트사 apg에 팔려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 다행히 임대 형식으로 2020년까지의 개최권을 확보해 대회 유치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는 KEB하나은행과 인천공항공사가, 올해에는 KEB하나은행이 단독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큰 어려움 없이 치를 수 있었다. 2020년에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우선권이 코리아오픈을 주관하는 JSM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매년 가을에 코리아오픈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수 TD가 코리아오픈 15주년을 맞이해 크리스티안 포사이스 WTA 릴레이션 디렉터로부터 기념 액자를 받았다
 
하지만 매년 지적받아온 낙후된 시설과 관중 편의 시설 부족은 개선되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투어 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는 선수 식당, 마사지실, 선수 휴게실, 심판과 볼퍼슨 대기실, 슈퍼바이저 룸 등 다양한 공간이 필요하지만 현재 여러 종목 단체가 서울올림픽공원 센터코트 사무실을 임대하고 있어 코리아오픈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관중석도 매우 좁고 계단도 경사가 심해 넘어질 사고의 위험도 있다. 화장실 부족도 풀어야 할 과제다. 관중의 이동이 허용되는 엔드 체인지 때 복도는 화장실 줄과 경기장에 입장하려는 관중들로 혼잡을 이뤄 이동이 힘들 정도였다.
 
또 올해 대회는 우천으로 경기가 늦게 시작해 밤 12시가 넘어서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근처에서 비가 멈출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선수들도 하루에 두 경기를 뛰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대회 관계자들이 비에 젖은 코트를 닦고 있다
 
9월 21일에 열린 16강에서 오스타펜코를 꺾은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러시아, 121위)는 몇 시간 뒤 8강을 치러야 했고 시에 수 웨이(대만)는 22일에 단식 한 경기, 복식 두 경기 등 하루에 무려 세 경기를 치러야 하는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이진수 TD는 “서울올림픽공원 테니스장이 지어진 지 30년이 지났다. 시설이 낙후돼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 개보수를 요구했지만 아직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면서 “큰 꿈이지만 센터코트에서 지붕이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코트 바닥, 선수 부대 시설 등의 보완이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
 
글= 박준용 기자(loveis5517@tennis.co.kr), 사진= 테니스코리아, 코리아오픈 조직위
 
[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테니스 단행본 1+1 이벤트
목록보기
  • 프린트하기
  • 미투데이로보내기
  • 페이스북으로보내기
  • 트위터로보내기



인기동영상 1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