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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최선 다한 ‘부상 투혼’ 정현… 하지만 이대로는 안된다
뉴욕= 박준용 기자 ( loveis5517@tennis.co.kr ) | 2018-08-31 오후 4:13:02
정현이 경기 도중 발바닥 물집 치료를 위해 테이핑을 벗겨내고 있다. 사진= (뉴욕)박준용 기자
[테니스코리아= (뉴욕)박준용 기자]정현(한국체대, 23위)의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모습’에 박수를 보내지만 ‘또 부상’에는 왠지 아쉬움이 크다.
 
8월 30일(현지시간)에 열린 US오픈 남자단식 2회전에서 23번시드 정현이 미하일 쿠쿠쉬킨(카자흐스탄, 84위)에게 6-7(5) 2-6 3-6으로 졌다.
 
돌이켜 보면 첫 세트가 너무 아쉬웠다. 몇 차례의 안일한 플레이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날 쿠쿠쉬킨의 플레이가 너무 좋았다. 비록 세계랭킹은 정현보다 낮았지만 올해 30세로 투어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꾸준히 톱100을 유지하고 있고 투어에서 한 차례 우승한 경험도 있다.
 
쿠쿠쉬킨은 정현의 공세에 밀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여지없이 정현의 허를 찔렀고 정현의 위닝샷을 철벽 수비로 막아내며 정현을 더욱 힘들게 했다.
 
결정적 패인은 오른쪽 발바닥 물집이었다.
 
정현은 이번 US오픈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그랜드슬램에서 시드를 받았고 부상 복귀 후 첫 그랜드슬램이라 많은 기대를 받았다. 또 US오픈 코트는 정현이 4강 신화를 썼던 호주오픈과 같은 하드코트였다. 하드코트는 정현이 가장 선호하는 코트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른쪽 발바닥 물집 때문에 기대가 허물어졌다.
 
두 번째 세트 게임 스코어 1-2로 뒤진 상황에서 정현은 메디컬 타임을 요청해 발바닥 물집 치료를 받았다. 양말을 벗고 감겨진 테이핑을 벗겨내자 정현의 발 여기저기에 이미 물집이 잡힌 상태였다. 저런 발로 어떻게 뛰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 안타까웠다. 정현의 플레이어 박스는 하나 같이 걱정스러운 눈빛이었다.
 
치료를 받고 난 후 정현은 코트에 발을 디딜 때 물집 통증 때문인지 얼굴을 찡그렸고 절뚝거리기도 했다. 받을 수 있는 공은 끝까지 쫓아갔지만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경기 흐름이 쿠쿠쉬킨에게 완전히 넘어가자 경기 초반 꽉 찼던 관중석에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정현은 발바닥 물집 때문에 제 기량을 펼칠 수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 두 번째 세트 1-5에서 라켓을 던져 부러뜨렸다. 투어에서 한번도 라켓을 부러뜨린 적이 없는 정현이 얼마나 속상하고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그래도 정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에 관중석 여기저기서 정현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10번코트는 한국 팬들의 ‘파이팅’과 외국 팬들의 ‘컴 온 정!’의 외침으로 뒤덮였다.
 
또 경기 내내 카자흐스탄 출신의 관중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Who is the best? Kukushkin is the best(누가 최고? 쿠쿠쉬킨이 최고)”라고 쿠쿠쉬킨을 응원하는 것을 일부 외국 관중들이 “Chung is the best(정현이 최고)”라고 외치기도 했다.
 
세 번째 세트 1-4로 뒤진 상황에서 3-4로 따라붙을 때 정현을 향한 응원은 절정에 이르렀지만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현은 경기가 끝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상 핑계를 대지 않았다.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 졌다고 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정현은 충분히 박수받을만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부상’이다.
 
정현은 프로 데뷔 후 매 시즌을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2015년 우즈벡과의 데이비스컵 원정경기에서 왼쪽 복직근 부분파열 부상을 당했고 2016년에는 복부 부상과 자세 교정 등의 이유로 약 넉 달간 대회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왼쪽 발목 부상을 당했다. 지난 1월 로저 페더러(스위스, 2위)와 호주오픈 4강에서 정현은 발바닥 물집으로 경기 도중 기권했고 그 여파로 한동안 대회에 뛰지 못했다. 이번에도 호주오픈 때와 같은 부위다.
 
운동 선수 누구나 어느 정도의 부상을 안고 뛴다. 선수들이 언제나 부상 없이 100%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부상이 계속 된다면 선수 생활을 지속해나가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누구나 아픔을 겪으면서 성장한다. 하지만 똑 같은 아픔을 겪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정현에게는 그 무엇보다 부상에 대한 세심하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할 때이다.
 
글, 사진= (뉴욕)박준용 기자(loveis5517@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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