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테코의 맛있는 인터뷰]임규태의 여전히 뜨거운 테니스 사랑
이은미 기자 ( xxsc7@tennis.co.kr ) | 2018-07-20 오전 11:00:08
솔직하고 재치있는 입담을 선보인 임규태. 사진= 김범석(스튜디오 UP)
[테니스코리아= 이은미 기자]2009년 자신의 최고 랭킹 160위에 올랐지만 4년 뒤 고질적인 팔꿈치 부상으로 아쉽게 은퇴를 선언하며 코트를 떠난 전 테니스 국가대표 임규태. 은퇴 후 그는 코치로 제2의 전성기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해설위원으로 변신하는 등 인생의 후반전 역시 테니스에 올인했다. 과거의 영광을 갈무리하고 지도자 그리고 해설위원으로 새로운 여정을 걷고 있는 임 코치를 만나 요즘 테니스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맛집인터뷰-임규태코치-04.jpg
[점례네 식당]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2길 36
 
과거부터 '고기' 자주 먹어…이제는 육류 전문가
임규태 코치를 만난 곳은 다름 아닌 고깃집이었다. 이름은 점례네 식당. 강남 한복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름이라 어떤 음식들이 있을지 참 궁금했다. 강남역 1번 출구를 나와 직진을 하면 여러 상점 사이에 점례네 식당이 있다. 외관만 봤을 때는 일반 고깃집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맛'은 달랐다. 식당은 로컬 맛집처럼 푸근한 인상을 줘 임 코치와 넉넉히 음식을 먹고 얘기를 나누기 좋은 곳이었다.
 
실제로 점례네 식당은 부산 해운대에 본점이 있다고 한다. 부산에서 정평이 나기 시작했고 서울까지 진출했다. 임 코치는 평소에 고기를 좋아해 이곳에 자주 온단다. 선수 시절 단백질 보충을 위해 고기를 자주 먹었던 게 지금의 식성으로 자리 잡았다고. "삼성증권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경기 끝나면 다 같이 스테이크를 먹는 등 육류를 자주 먹었다. 그러다 보니 고기를 정말 좋아하게 됐다"면서 "집에서 가족들과 같이 먹을 때도 있고 많이 먹으면 일주일에 2~3번 먹을 때도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고기와 함께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간장게장, 양념게장 그리고 보리굴비까지 한 상 차림으로 나온다. 임 코치가 여기를 가장 추천했던 이유다. 임 코치는 "여기에 오면 고기와 해산물을 같이 먹을 수 있어 푸짐한 한 끼 식사로 안성맞춤이다. 중국이나 호주 등 외국에서 손님이 올 때면 이곳으로 데려오는 데 모두 입맛에 맞는다고 한다"고 했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 없이 다 좋아한다는 임 코치는 선수 시절 집이 아닌 밖에서 끼니를 때우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집밥'을 특히 좋아한다고. "선수 때는 투어를 다니다 보니까 거의 밖에서 끼니를 때웠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웬만하면 집밥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아내가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임 코치는 미식가로 잘 알려진 이영자 못지않게 '자신만의 맛집'을 많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장소를 선정하는 데도 고민을 많이 했다는 그는 "면을 좋아해서 동국대 근처에 있는 필동 냉면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 또 이태원에 아보카도 햄버거가 유명한 곳이 있다. 이 셋 중에서 많이 고민했다. 결국엔 점례네가 푸짐하고 맛도 좋아 선택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꼭 가보셔도 좋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추천했다.
 
바쁜 나날을 보내는 임 코치와 이곳에서 한 템포 쉬며 맛있는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덧 그릇이 싹싹 비워졌다.
 
암 딛고 다시 코트로…"테니스가 좋으니 어쩔 수 없더라"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 놓은 임규태
 
2009년 11월 개인 최고랭킹인 160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탔던 임 코치는 2010년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뒤 코트에서 사라졌다. 코트에 나서기 위해 오랜 재활훈련을 거쳐 예전의 기량 회복을 노렸지만 쉽지 않아 결국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과감하게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임 코치는 중국에서 주니어 선수들을 대상으로 약 3년간 지도자 생활을 했고 최근에는 제이슨 정(대만)을 지도하는 등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2013년에 은퇴한 임 코치는 잠시 국가대표 코치로 활동하다가 이듬해 중국 저장성팀의 코치직 제의를 받아들였고 본격적으로 지도자 인생의 문을 열었다. 이후 2015년에는 중국 푸젠성 팀에 서 2년간 몸을 담궈 전문성을 쌓았다. 한국인 코치로서 중국 선수들을 가르친다는 사명감이 있었기에 더욱 이 악물고 열심히 했다. 가장 중요했던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두 번씩 중국어 수업도 받았다.
 
하지만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타지 생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중국 생활에 스트레스가 깊어진 탓인지 갑상선 암에 걸리는 악재를 맞았다. "평소보다 조금 피곤하고 몸이 안 좋다는 느낌이 들어 병원에 갔더니 1cm 크기의 종양이 있었고 전이될 위험이 있어 수술을 바로 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혼자 생활하다 보니 외로움도 많이 느꼈고 이렇게 큰 팀을 맡으니 부담도 컸다. 또 진중하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고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중국 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2016년 한국으로 들어와 수술 후 건강 회복에 집중했다. 수술 이후 더 쉬라는 아내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임 코치는 오뚝이처럼 일어나 지도자 길에 다시 올랐다.
 
수술 후 3개월 만에 복귀한 임 코치는 "테니스가 좋으니 어쩔 수 없더라"면서 "빨리 지도자 생활에 복귀하고 싶었다. 또 내 선수를 뛰어난 선수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컸기 때문에 오뚝이처럼 일어난 것 같다"며 열정을 보였다.
 
임 코치가 그 어느 때보다 뿌듯한 마음이 드는 건 지도를 했던 선수들이 저마다 날개를 활짝 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US오픈 남자 주니어 정상에 오른 우이빙(중국)에 이어 올해 프랑스오픈 주니어와 윔블던 주니어 우승을 차지한 대만의 춘신쳉까지 함께 했던 시간이 길든 짧든 지도를 했던 순간만큼은 각별했기에 그들의 낭보에 웃음이 절로 난다고 한다.
 
임 코치는 올해 좀 더 특별한 커리어를 쌓았다. 투어 무대에서 서로 다른 국적의 선수와 코치가 동행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우리나라 지도자가 외국 선수는 맡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 임 코치가 제이슨 정(대만)의 요청으로 지난 5월부터 열린 서울오픈챌린저를 비롯해 김천챌린저, 부산오픈챌린저까지 제이슨과 함께 했다.
 
임 코치는 "제이슨이 100위권으로 진입하고 싶다며 도와달라고 연락이 와서 국내 챌린저가 열리는 동안 함께했다"고 전했다. 이어 "선수가 연습 그리고 실전에서 각각 어떤 습관이 있는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등 서로에 대해 알아가려고 노력했다"면서 "대회 둘째 주부터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비록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서로 맞춰가는 단계였고 만족해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더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설위원으로 새 출발 "정말 잘한 일"
 
지난해부터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임규태
 
임 코치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부터 국내 스포츠 전문 케이블 스카이스포츠의 테니스 해설위원으로 새 출발을 했다. 임 코치는 "해설위원 하길 정말 잘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공부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말 신기했던 것은 제이슨을 지도하는 동안 내가 그동안 해설을 하면서 공부했던 것들이 많이 도움이 됐다. 부산오픈 첫 경기가 끝나고 같이 방에서 다음 상대에 대해 분석을 했는데 그것들이 대체로 잘 맞았다"고 만족해했다.
 
중계를 볼 때면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느낄 정도로 임 코치의 눈 밑에는 눈그늘이 가득할 때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그래서 안경을 쓰고 다닌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공부를 정말 많이 한다. 선수의 가족사부터 유소년 시절 베이스캠프 등 한 선수당 3~4페이지 분량의 정보를 모은다. 공부할 때면 아내가 아이들을 잠시 데리고 나가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준비해간 것을 방송에서 100% 다 말하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내가 습득을 하고 가면 해설하는 데 자신감도 생긴다"고 했다.
  
사실 망설였던 일이다. 방송국의 제안을 받고 고민이 깊었다. 임 코치는 다양한 이들을 만나 조언도 구했다. 해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결국 선택을 내린 것은 자기 자신. 그 결정에 후회는 없다.
 
임 코치는 "첫 방송 때는 정말 무슨 말을 했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아직 많이 한 것이 아니므로 이러쿵저러쿵 말할 단계는 아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일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고 했다.
 
지도자 생활 '힘 닿는 데까지'
임 코치에게 언제까지 지도자 생활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직까지 테니스가 좋고 재밌다"면서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지금의 임 코치를 있게 해 준 가족들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2006년부터 부득이하게 투어에 혼자 다니게 됐는데 그때 아내가 따라다니면서 거의 코치 역할을 해주었다. 테니스의 '테'자도 모르는 아내에게는 정말 큰 결정이었을 텐데 망설임 없이 따라와 줘서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다"며 2013년 은퇴식 당시 가족들 모두 울었던 에피소드와 함께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임 코치는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후배 정현을 바라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동시에 한국 테니스의 시스템에 답답함도 느낀다고 한다.
 
임 코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순간의 기쁨을 누려야 될 것이 아니라 포스트 정현을 위해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해야 할 때이다"면서 "정현이 10년 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면 그때는 또 다른 정현이 탄생해야 한다. 결코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 선수 생활을 해왔고 지도자 그리고 해설위원까지 자신의 인생을 테니스에 바쳤기에 자신의 앞날보다 한국 테니스의 앞날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더 이상 테니스 선수 임규태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지도자와 해설위원으로서 선수 시절의 굵직한 존재감을 현재도 이어가고 있는 그다. 임 코치의 테니스 인생 후반전도 전반전만큼이나 뜨겁게 흘러가고 있다.
 
-기사 전문은 테니스코리아 7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글= 이은미 기자(xxsc7@tennis.co.kr) 사진= 김범석(스튜디오 UP)
 
[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목록보기
  • 프린트하기
  • 미투데이로보내기
  • 페이스북으로보내기
  • 트위터로보내기



인기동영상 1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