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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협회, 대표팀 지원은 부실... 제 식구 챙기기에는 급급
박준용 기자 ( loveis5517@tennis.co.kr ) | 2017-12-05 오후 4:57:36
협회의 부실한 대표팀 지원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 테니스코리아
남자 대표팀 상금이 고작 30만원?
트레이너 없이 훈련하는 여자 대표팀
곽용운 협회장은 협회 예산으로 제 식구 챙겨
정현 "선수들의 노력을 몰라준다는 느낌이 들 때 서운"
 
종목을 막론하고 국가대표가 주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그 종목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것으로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가장 큰 목표이며 협회는 국가대표 명예에 걸맞은 지원을 해주는 것이 기본적인 의무다.
 
하지만 대한민국 테니스 대표팀은 그렇지 않다. 동호인보다 못한 상금을 받고 트레이너도 없이 훈련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상금이 너무 열악해 (국가대표)선수들에게 미안하다. 현재로서는 개선방안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한국 남자 테니스 대표팀 김재식 감독의 말이다.
 
지난 9월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 1그룹 예선 2회전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은 대만을 종합성적 3-2로 꺾고 1그룹 잔류를 확정 지었다.
 
2그룹 강등이라는 벼랑 끝에서 거둔 승리라 김 감독으로서는 기뻐할 법도 했지만 그가 아쉬워하는 이유는 협회의 부실한 지원 때문이다.
 
대만전 승리로 대표팀이 거머쥔 상금은 지난 2월 우즈벡전과 비슷한 수준인 800만원을 조금 넘는다. 이 중 20%는 감독, 10%는 코치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는 선수들의 기여도에 따라 분배되는데 적게 받으면 30~40만원, 많이 받으면 100만원 조금 넘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도민체전에서 우승할 때 지급되는 포상금보다 훨씬 적은 액수다. 수도권의 한 지자체는 도민체전에서 우승하면 선수당 250만원, 준우승은 200만원, 3위에게는 150만원을 준다. 4개월 월급 320만원은 별도다. 전국동호인대회에서도 우승하면 150~200만원 가까운 현금 또는 상품권을 받는다.
 
과거 집행부에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의 활약도에 따라 상금이 차등 지급됐지만 선수들은 적어도 수백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스컵 상금은 자국 협회가 아닌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테니스연맹(이하 ITF)이 지급한다. 또 후원사의 광고 수입을 승패에 따라 회원국에게 분배한다. 승리하면 3만달러(약 3천4백만원), 패하면 2만달러(약 2천2백만원) 정도 된다.
 
선수들에게 지급된 상금이 과거보다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바로 광고 수입 포함 여부다. 조동길 회장 시절, 협회는 ITF 상금으로만 선수들에게 지급하면 그 금액이 너무 적어 광고 수입까지 포함해서 선수들에게 상금을 지급했다. 주원홍 회장 시절에도 같은 방법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기를 높였다.
 
하지만 현 집행부는 광고 수입을 포함하지 않고 ITF가 지급한 순상금으로만 지급하다 보니 턱없이 낮아졌다. 광고 수입을 상금에 포함 시키는 것은 협회장의 재량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뛰는 것 자체가 광고다. 대만전이 열린 양구에 많은 관중이 오지 않았느냐? 그렇기 때문에 광고 수입도 선수들에게 분배되어야 한다. 협회에서 일부분 썼다 하더라도 나머지는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면서 "대표팀 사기가 이만저만 떨어진 것이 아니다. 대표팀 선수들은 빠듯한 프로투어 일정에도 불구하고 데이비스컵에 출전하려고 한다. 하지만 협회는 당연한 것처럼 생각할 뿐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70~80년대처럼 투지만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안타까워했다.
 
여기에 김 감독은 지난 3월에 열린 경기력향상 위원회에서 대표팀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 줄 것을 요청했고 당시 협회는 우즈벡전에 받지 못한 상금을 소급적용할 것이라고 했지만 대표팀은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취재결과 나타났다.
 
이에 협회는 "'제4차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2017.03.31)'에서 국제대회 상금 배분 관련 김재식 감독의 요구사항에 대해 논의하였고 지침을 개정하기로 의결하였다. 이후 내부결재를 통해 '대한테니스협회 국제대회 상금 배분 지침 개정의 건’을 협회장이 승인(2017.05.08)했고 뉴질랜드 전부터 적용하였다. 개정 전 개최된 우즈벡 전의 소급적용 요구에 대해서는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별도로 논의 후 조치 할 예정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 본지 취재 당시 전영식 전 협회사무처장은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대표팀 감독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 이사회에서 통과되면 우즈베키스탄 전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소급적용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약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급적용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면 협회는 대표 선수들의 불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1그룹 잔류하는 데 큰 공헌을 한 정현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을 알아줬으면 하지만 (협회가) 그 노력을 몰라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 서운하다"면서 "물론 돈 때문에 뛰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대표라는 이름에 걸맞은 지원이 없으면 허탈하다"고 밝혔다.
 
이어 "1그룹이 아닌 더 높은 그룹으로 올라갔을 때에도 지원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동료 선수들도 같은 마음이다.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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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가 코트에서 흘리는 땀과 노력은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사진= 테니스코리아
 
트레이너 없이 훈련하는 여자 대표팀
여자 대표팀은 남자보다 여건이 더 열악하다.
 
올해 단 한번도 해외 훈련을 하지 못한 여자 대표팀은 지난 9월 코리아오픈을 앞두고 소집됐다. 각자의 프로투어 일정으로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코리아오픈에 출전하기 때문에 소집할 수 있었다. 훈련 기간은 코리아오픈이 끝날 때까지였지만 대표팀은 협회로부터 트레이너 지원을 받지 못했다.
 
여자 대표팀은 어쩔 수 없이 코리아오픈이 열리기 전 5일 동안 트레이너 없이 훈련했고 코리아오픈 예선이 열리고서야 국가대표 자격이 아닌 대회 출전 자격으로 대회측으로부터 마사지 등을 받을 수 있었다.
 
협회는 "9월 데이비스컵과 일정이 겹치면서 국가대표 트레이너는 남자 대표팀에 배정되었고 여자 대표팀은 코리아오픈 출전을 목적으로 훈련을 소집한 것이기에 트레이닝이 특별히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협회 부회장이 마사지와 부상 치료는 대회 트레이너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권유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테니스에서 경기 전후 회복을 위해 근육을 풀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선수에게 몸은 생명이다. 다치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또한, 대표팀 선수들에게 국가대항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속팀이 있고 시즌 내내 대회가 있어 부상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국내외 모든 대회에 트레이너가 있고 세계적인 톱 랭커들은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기도 한다.
 
협회가 이러한 기본적인 내용을 인식 못할 리 없다.
 
문제는 결국 비용이다. 대표팀 훈련비의 대부분은 대한체육회에서 지원하고 코치, 간식, 스트링, 그립 등만 협회에서 부담한다. 하지만 협회는 작은 비용조차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해외 훈련은 고사하고 트레이너조차 지원 못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페드컵은 데이비스컵과 달리 월드그룹 플레이오프 이상 국가만 ITF로부터 상금과 광고 수입을 받을 수 있어 1그룹에 머문 여자 대표팀에게는 협회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협회는 'KOREA' 다섯 글자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진= 테니스코리아
 
무능한 협회, 피해는 선수들에게
대표팀 운영에 무능력을 드러내고 있는 협회가 앞으로 개선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시안게임, 2020년 일본 도쿄에서는 올림픽이 열린다. 일본은 남자 대표팀 감독을 미국에 파견하는 등 이미 올림픽 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협회는 이에 대한 대표팀 운영의 시스템이나 장기적인 비전도 찾아볼 수 없다.
 
김재식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외국 전지훈련을 가고 싶어도 스케줄을 잡을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협회의 사정을 알기 때문에 말조차 못하고 있다"면서 "태극마크는 지도자와 선수에게 영광이다. 이 영광이 더럽히지 않도록 협회가 지원해줘야 한다. 하지만 협회는 사정만 어렵다고 한다"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선수 지원을 둘러싼 협회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유럽 투어링팀 특전이 주어지는 U14 아시아테니스선수권에 일방적으로 선수 파견을 거부했고 이 사실을 선수, 지도자, 학부모등 그 누구에게도 전하지 않았다. 5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롤랑가로스 주니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보호자와 코치 없이 주니어 선수들만 보내 논란을 빚었다. 이후로도 협회 행정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쯤 되면 '협회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어느 협회든지 예산 사용과 정책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지만 국가대표 지원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
 
지난 10월 협회 이사가 속한 매체가 주관한 '상하이마스터스투어단'에 전국 시도 11명의 지도자가 참여했다. 상하이투어단의 여행상품 비용은 1인당 105만원이며 총비용 1천155만원은 협회 자체 예산으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협회장 선거 출마 당시 곽용운 회장은 "그랜드슬램은 협회장 대신 일선에서 땀 흘리는 우수 지도자를 선정해 지금의 비용보다 적게 들여 파견해 선진 테니스 견학 보고서를 받겠다. 내가 협회장이 되어 그랜드슬램에 가려면 자비로 가겠다”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곽 회장은 지난 프랑스오픈과 US오픈 참관비용을 협회 예산을 사용하였으며 곽 회장의 외조카(박광진) 호주오픈 참관비용도 협회 예산을 사용하였다. 만약,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곽 회장은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오히려 회장이라는 지위를 통해 대표팀 지원은 소홀히 하고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협회는 '데이비스컵 상금액과 광고수입료' 를 묻는 질문에 내년 2월에나 나올 2017년 결산보고서를 참조하라는 무성의한 답변을 하였다.
 
현재 한국 테니스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정현(한국체대, 삼성증권 후원)이 한국 선수로는 약 14년 만에 투어대회에서 우승했고 권순우도 압도적인 기량으로 호주오픈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장수정도 WTA투어 125K 시리즈에서 준우승하며 한 단계 발전된 기량을 선보였다. 하지만 협회는 이들의 뒤를 이을 주니어 육성 같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대표 지원도 부실하고, 주니어 육성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사실을 고려하면 현재 한국 테니스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
 
애국심을 핑계로 선수들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시대가 끝난 지 오래다.
 
국가대표라면 이에 걸맞은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도록 협회가 지원해야 하지만 협회의 무능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피해는 오로지 선수들뿐이다.
 
왕관이 무겁다면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테니스 내부를 둘러싸고 있는 먹구름은 점점 짙어질 것이다.
 
글= 박준용 기자(loveis5517@tennis.co.kr), 사진= 테니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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