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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코의 맛있는 인터뷰]'10년 후에도 기억 되는 선수' 정수남
이은미 기자 ( xxsc7@tennis.co.kr ) | 2017-03-22 오후 2:03:57
초밥을 향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낸 정수남. 사진= 최대일(스튜디오 UP)
[테니스코리아= 이은미 기자]테니스 선수라기엔 너무 하얗다. 하얀 피부에 예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녀가 팔을 걷어 올리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탄탄한 팔에는 지금껏 그녀가 밟아온 수많은 코트들이 그 안에 오롯이 새겨져 있는 듯했다. 그녀는 바로 2016년 화려하게 등장해 올해 여수오픈 우승으로 또 다른 돌풍을 예고한 정수남(강원도청)이다. 정수남이 털어놓은 '나 정수남의 참모습'을 통해 그녀를 해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믿고 먹는 일식
 
가리는 것 없이 모두 다 잘 먹는다는 정수남. 하지만 '일식'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초밥을 정말 좋아한다. 지난주는 (김)나리 언니랑, 지지난주는 (권)순우와 일식을 먹었는데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더라." 이렇게 일식을 사랑하는 정수남의 추천으로 우리는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도쿄 스시'에서 만남을 가졌다.
 
음식 제공= [도쿄 스시] 강원도 춘천시 중앙로 67번길 18 브라운가 3동 3021호 2F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정수남은 "해물을 정말 좋아한다. 근데 아직 멍게는 먹어보지 못했다. 해물은 아니지만 양꼬치도 먹어보지 못했다. 언젠가는 꼭 먹어보고 싶다"며 먹어보지 못한 음식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이어 정수남은 "해외를 나가게 되면 일본에서는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다. 하지만 강한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에는 조금 예민하다"면서 "해외에서는 음식 때문에 불편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앞으로 계속 국제 대회에 출전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극복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보물'로 성장 중인 정수남

춘천에서 나고 자란 정수남은 지난해 인천챌린저, 제1차 김천서키트 그리고 춘천오픈 정상에 오르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올시즌 첫 대회인 여수오픈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강원도청의 '보물'로 급성장하고 있다.
 
"여수오픈에서는 무엇보다 운이 따라줬다. 우승을 해 기쁘긴 했지만 마냥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다"면서 "결승에서 (김)나리 언니의 몸이 많이 안 좋았다. 둘 다 좋은 경기를 펼쳤으면 좋았을텐데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아직 초반이지만 여수오픈 우승을 차지한 정수남은 2017년 현재, 남들보다 빠른 출발선에 서게 됐다.
 
 
소중한 그 이름, '가족'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코끝이 시큰해지는 단어가 바로 '가족'이다. 평소에는 죽자고 싸워도 잠깐만 돌이켜보면 애틋함이 깊숙한 곳으로 부터 올라온다. 정수남은 딸 부잣집의 '막내'이자 아직까지도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막둥이'다.
 
"언니들은 내가 막내다보니까 일단 나에 대한 관심이 많다. 다들 엄마처럼 나를 보살펴준다"면서 "나는 이제 다 컸으니까 친구들이랑 놀다온다고 해도 항상 걱정을 해 연락이 온다. 내가 성인이 됐지만 아직도 언니들 눈에는 애기처럼 보이는 것 같다"고 언니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어 "나는 막둥이다. 제일 큰 언니랑은 무려 10살 차이나 난다. 그래서 오히려 싸움이 없다"고 말했다.
 
가족 얘기를 하던 중 다소 무거운 이야기로 넘어왔다. 정수남은 그녀의 나이 6세 때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여의었다. "사실 아버지의 빈자리를 어머니가 많이 채워주셨다. 힘드셨을 것 같기도 한데 일단 언니들과 저 모두 알아서 잘 했기 때문에 엄마의 걱정을 많이 덜어드렸다"며 "다만 명절 혹은 가족모임 때 많이 생각나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가족을 얘기하는 내내 마냥 즐거운 모습을 보였던 정수남이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된 배경에는 분명히 가족이라는 이름이 가져다 준 힘이 있었을 것이다.
 
 
 내 안의 영웅, 이정명 감독
 
진지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정수남.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이 있다면 이정명 감독님을 향한 그리움이 아닐까 싶다."
 
정수남은 주니어 시절 2011년 양구국제주니어(5그룹)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자신의 첫 국제대회 타이틀을 획득했다. 2013년에는 전국주니어선수권과 전국학생선수 권을 등을 휩쓸며 주니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정수남의 잠재력을 알아본 고 이정명 감독은 2015년 강원도청으로 정수남을 데려왔다. 이정명 감독은 지난해 1월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제가 죽음에 대한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어른이 되었을 때 처음 돌아가신 분이 바로 이정명 감독님이다. 감독님과 함께했던 시간이 소중했기에 더 그리움에 남는다"면서 "돌아가시고 난 뒤 더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내가 커가는 모습을 같이 봤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다시 이정명 감독에 대한 얘기를 꺼낸 정수남은 "잠깐의 내 자식이 아닌 평생의 자기 자식처럼, 좋은 것이 있으면 우리가 먼저 생각나고 뭐든 다 해주려고 하셨다"고 다소 감정에 북받친 듯 말을 이어갔다.
 
"몸이 안 좋으셔서 같이 여행을 다니거나 놀러 가는 것은 많이 못했다. 그래도 사소하게 기억이 많이 남는 것은 어렸을 때 감독님이 '이 대회 나가서 우승하고 오면 생일 선물로 티셔츠를 주겠다'라는 약속을 하셨고 그 약속을 지키셨다. 사소한 것이지만 기억에 남는다."
 
내 안의 영웅과 조우하는 순간, 깜깜한 현실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빛을 만나게 된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보너스다. 그 무엇도 확실하지 않은 세상에서 정수남을 이끌어주는 영웅은 이정명 감독이었다.
 
 
수남이의 봄
 
운동 선수라면 누구나 평범한 삶을 꿈꾸는 법. 정수남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끔은 내 나이처럼 살고 싶을 때가 많다. 그냥 또래 아이들처럼 이 시간에 친구들이랑 놀고 즐겨보고 싶다.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은 그런 시간들이 많이 없다."
 
은퇴 후 어떤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선수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테니스 선수로서 저만의 장점이 있을 것 아니에요? 그 장점들을 좀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예를 들면 정말 노력을 많이 했던 선수 혹은 정말 포핸드를 잘 치던 선수 등 이런 쪽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현재 세계 423위인 정수남의 올해 목표는 세계 300위권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수남은 지금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고 그래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20대의 정수남과 또 30대의 정수남 40대, 50대의 정수남은 계속 변할 것이고, 그래서 옛날이 조금씩 창피할 것이며 그것을 견디면서 또 변할 것이다. 계절의 봄은 짧지만 정수남 인생의 봄은 계속될 것이다.
 
-기사 전문은 테니스코리아 잡지에서...-
 
글= 이은미 기자, 사진= 최대일(스튜디오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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