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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 차게 출범한 US오픈 시리즈, 이제 속 빈 강정?
전채항 객원 기자 ( loveis5517@tennis.co.kr ) | 2018-07-31 오전 9:27:57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 US오픈의 센터코트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 US오픈을 앞두고 북미에서 열리는 투어대회를 US오픈 시리즈 또는 북미하드코트 시리즈라고 부른다. 사진= GettyImagesKorea
[테니스코리아= 전채항 객원기자]윔블던이 끝난 후 7월 셋째 주부터 본격적인 북미 하드코트 시즌이 시작됐다. 8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US오픈까지 총 6주간 이어지는 대회를 ‘US오픈 시리즈’라고 부른다.
 
다른 그랜드슬램과 달리 US오픈에만 ‘시리즈’가 붙는 이유가 무엇일까?
 
US오픈 시리즈는 미국테니스협회(이하 USTA)가 지난 2004년에 출범 시킨 것으로 탄생 배경은 상업주의에 입각한 미국 문화와 일맥상통한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ATP의 피트 샘프라스, 안드레 애거시, 마이클 창, 짐 쿠리어, WTA의 모니카 셀레스, 제니퍼 카프리아티, 린제이 데이븐포트, 윌리엄스 자매 등 미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선수가 투어를 장악하자 테니스 인기는 미국 내에서 4대 스포츠로 불리는 NFL(미식축구), NHL(아이스하키), NBA(프로농구), MLB(프로야구)에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인기 스타들의 은퇴와 현역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자 테니스는 미국 스포츠 팬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더욱이 늘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는 ‘Big 4’에 비해 인프라 자체가 취약해 차세대 스타 등용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미국 테니스는 그 미래조차 불투명해지면서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그리하여 USTA는 미국 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돌리는 방법을 모색하게 됐다. 그 결과 USTA는 자국 테니스 중계율을 높이고 시청자가 쉽게 TV를 통해 테니스의 매력을 느끼게 할 목적으로 2004년 미국의 유명 스포츠 채널 ESPN과 독점 계약을 맺고 테니스 중계 확장에 발 벗고 나섰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미국에서 TV로 테니스를 시청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는데 매년 이어져 온 북미 하드코트 6개 대회 중 규모가 큰 ATP투어 1000시리즈 로저스컵과 웨스턴앤서던오픈의 일부 경기가 전파를 타 굴욕을 면했다. USTA는 ‘노출이 많을수록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브랜드 노출의 진리를 따르며 최대한 많은 노출을 위해 힘썼다. 그 결과 북미에서 열리는 하드코트 대회를 묶어 ‘US오픈 시리즈’라 명명하고 메인 채널 ESPN과 보조 채널 ESPN2를 통해 최대 50시간 가까이 꾸준히 중계했다.
 
이러한 노력이 시청률로 이어졌고 테니스 관련 업체들의 광고도 뒤따르자 ESPN은 USTA와 2025년까지 독점 계약을 연장하기에 이르렀다. 정확한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막대한 금액을 초창기 투자한 USTA는 다행히 2012년부터 타이틀 스폰서를 모집, 현재 에미레이트 항공사와 협업하며 대부분 비용마저 상쇄시키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뛰어난 운영 능력까지 인정받게 되었다.
 
#US오픈 시리즈 대회와 순위 채점 방식
US오픈 시리즈는 ATP와 WTA투어 대회 각각 3개씩과 US오픈 등 총 7개 대회로 구성된다. 이 중 캐나다에서 열리는 로저스컵과 웨스턴앤서던오픈은 남녀 통합 대회로 열린다.
 
대회 규모와 수준에 따라 받는 점수도 상이한데 ATP투어 1000시리즈와 WTA 프리미어5 대회가 ATP투어 250시리즈와 WTA 프리미어급 대회 보다 약 30% 정도 많은 점수가 배정된다. 남녀 선수들은 US오픈을 제외하고 총 5주간 열리는 대회 중 성적에 따라 점수를 받게 되는데 2014년부터는 새로운 룰이 적용되어 출전 대회 수가 3개 이상일 경우 획득한 전체 점수가 2배로 불어나게 된다. 이는 1~2개의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둔선수가 더 많은 대회에 출전한 선수보다 더 높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의 수를 방지하고자 마련했다.
 
 
#보너스 챌린지’는 톱 랭커들을 위한 당근?
‘보너스 챌린지’는 US오픈 시리즈의 타이틀 스폰서 에미레이트 항공의 막대한 자금력으로 만들어진 제도로 해당연도 US오픈 시리즈에서 남녀 각각 1~3위를 기록한 총 6명의 선수가 US오픈 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받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US오픈 시리즈에서 3위 안에 든 선수가 US오픈에서 잘하면 잘할수록 더 많은 보너스를 지급받게 되며 우승까지 차지할 경우 최대 1백만달러(약 11억원)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US오픈 시리즈에서 3위 안에 입상하지 못할 경우 아무리 US오픈에서 잘하더라도 단 한 푼의 보너스도 받을 수 없다.
 
그만큼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 톱 랭커들이 US오픈뿐만 아니라 US오픈 시리즈에도 더 많이 출전하고 더 열심히 하도록 선수들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일종의 유인책으로 볼 수 있다. 보너스 금액이 적다면 당근이 되지 않겠지만 웬만한 투어 대회 우승 상금보다 많으니 투어 선수에게는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제도다. US오픈 성적에 따라 US오픈 시리즈 1~3위가 가져갈 보너스 금액은 아래와 같다.
 
 
#불투명한 US오픈 시리즈의 미래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던 US오픈 시리즈이지만 몇 년 전부터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4년 US오픈 시리즈의 초창기 멤버로서 워싱턴 D.C.에서 남녀 통합 대회로 열리고 있는 시티오픈이 다른 대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ESPN의 중계율에 불만을 품고 지난 2014년 US오픈 시리즈 탈퇴를 선언, 중계권을 케이블 채널 ‘Tennis TV’에 넘기며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로 한 것이다. USTS는 이 대회가 없더라도 시리즈 운영에는 큰 무리가 없어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큰 위기가 엄습했다. 에미레이트 항공과 USTA의 전략적 제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중단돼 보너스가 지급되지 않은 것이다.
 
올해까지 독점 계약을 맺었던 에미레이트 항공이 왜 잔여 2년을 채우지 않고 보너스 지급을 중단했는지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 없으나 업계에서는 미국에서의 인지도가 미국계 항공사보다 낮은 에미레이트가 US오픈 시리즈 타이틀 스폰서를 맡으며 공격적 마케팅을 과감히 시작한 것에 비해 회수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더 이상의 비용 출혈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철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2012년부터 에미레이트 항공이 US오픈 시리즈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다.
(사진: 2015년 머레이가 US오픈 시리즈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니 에미레이트 항공이 US오픈 시리즈 스폰서를 중단하는 대신 US오픈의 호크아이 리플레이 시 브랜드 노출로 계약 내용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으며 스폰서 비용은 USTA에 그대로 지불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에미레이트 항공의 이와 같은 비즈니스적인 결정으로 작년부터 보너스는 주어지지 않고 있으며 올해 역시 보너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USTA 프로부서 총 책임자이자 WTA 회장을 역임한 스테이시 앨리스터는 “USTA는 더 이상 US오픈 시리즈 타이틀 스폰서를 찾지 않을 것이며 유소년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투자에 더 힘쓸 것”이라고 발표, 결과적으로 보너스 챌린지 제도의 사실상 종결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보너스 챌린지가 없는 US오픈 시리즈의 미래는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따르게 되는데, 그 전에 더 큰 질문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보너스 챌린지가 시행될 때 선수들에게 미친 영향력이 얼마나 됐는지가 핵심 질문인 것이다. 보너스 제도는 톱 랭커들의 대회 출전을 독려해 그들이 TV에 나올 경우 시청자들이 브라운관 앞으로 모이는 효과를 이끌고 나아가 시청률 증가에 따른 방송사의 광고 수입으로 이어지며 대회측으로 일부 수익을 챙기는 선순환 구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가능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가치인 톱 랭커들이 얼마나 대회 참가에 의욕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대부분의 톱 랭커들은 윔블던 이후 충분한 휴식기를 가진 후 북미 하드코트 시즌에 돌입하며 그랜드슬램 직전 주간에는 부상을 우려해 대회 출전을 자제하기에 평균적으로 US오픈 전 약 2개 대회에만 출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USTA도 이를 알아채고 2014년부터 3개 대회 이상 출전 시 부여 점수를 2배로 올렸으니 결국 보너스 챌린지가 톱 랭커들에게는 큰 동기 부여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대회 상금 및 각종 스폰서 또는 광고 계약으로 많은 부수입을 얻고 있는 톱 선수들에게 보너스 챌린지가 처음부터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대회 주최측 또는 USTA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큰 유인책, 특히 스폰서를 통해 비용을 충당하는 이 방식이야말로 최선의 방식이었으니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US오픈 시리즈는 보너스 챌린지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ATP투어 1000 시리즈와 WTA 프리미어급 대회에 매우 높은 랭킹 포인트가 걸려 있어 US오픈 시드 확보 및 연말의 높은 랭킹 사수를 위해 상위 랭커들이 등을 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US오픈 시리즈가 보너스의 부재로 내리막 길을 걷는다면 이 또한 문제라고 봐야 하나 최초 남녀 동일 상금 지급, 타이브레이크와 샷클락 도입 등 늘 혁신을 거듭한 USTA가 이 위기를 더욱 큰 도약의 계기로 삼고 나아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글= 전채항 객원기자,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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