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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복귀한 세레나에게 시드 배정은 특혜인가?
전채항 객원 기자 ( loveis5517@tennis.co.kr ) | 2018-05-30 오후 7:43:13
프랑스오픈을 통해 출산 복귀 후 처음으로 그랜드슬램에 출전한 세레나가 1회전에서 무난하게 승리했다. 사진= GettyImagesKorea
[테니스코리아= 전채항 객원기자]‘테니스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미국, 451위)가 복귀 후 첫 출전한 그랜드슬램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크리스티나 플리스코바(체코, 70위)를 7-6(4) 6-4로 물리치고 대회 통산 네 번째 우승을 향한 첫 발을 무난하게 내디뎠다.
 
지난해 결혼과 출산으로 대회에 나서지 못해 세계랭킹이 450위 권으로 떨어졌던 세레나는 이번 프랑스오픈에 자력 진출은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프로텍티드 랭킹(1위)을 사용해 본선에 출전할 수 있었다.
 
프로텍티드 랭킹(Special injury-protected ranking, 스페셜 랭킹으로도 불린다)이란 부상으로 한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가 부상 이전 랭킹을 적용 받아 대회에 출전 신청을 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세레나는 프랑스오픈에서 시드를 받지 못했다. 프랑스오픈 조직위가 대회가 시작되기 전주의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시드를 배정했기 때문이다. 대회 전주 세레나의 세계랭킹은 453위였다.
 
시드란 강력한 우승 후보가 조기 탈락하거나 세계랭킹이 높은 선수들끼리 초반에 만나게 되면 대회 흥행뿐만 아니라 관중의 흥미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위 랭커들을 드로에서 분리시켜 놓는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세계 테니스계는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위권 선수들만의 특권인 시드가 과연 현재 랭킹만을 기준으로 해야 할지, 아니면 예외 규정이 필요할지에 대한 찬반 양상이 흐르고 있다. 세레나의 복귀로 촉발된 이번 논란의 핵심을 짚어보고 과연 해결책이 있는지를 다른 스포츠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논란의 시발점이 된 세레나의 복귀
세레나는 지난해 1월 호주오픈에서 자신의 23번째 그랜드슬램 우승 달성 당시 임신 8주 차였음을 밝혀 세상을 놀라게 했다. 8개월 뒤 딸을 낳은 세레나는 지난 3월에 열린 BNP파리바오픈을 통해 약 14개월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세레나는 BNP파리바오픈 엔트리 마감 시점에는 당시 작년 호주오픈 우승 포인트가 남아 세계랭킹이 22위였지만 대회가 개최된 3월에는 잔여 랭킹 포인트가 모두 소멸해 ‘노 랭킹’ 상태로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WTA는 지난 52주간의 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랭킹을 산정하기 때문에 출산 등으로 1년 이상 대회에 나서지 않았던 세레나의 랭킹 포인트는 BNP파리바오픈 직전 모두 소멸한 상태였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복귀 선수들과의 차이가 크게 보이지 않았고 대다수 언론과 팬들은 그녀의 복귀 자체에 초점을 맞추며 열광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대진표 추첨 결과가 발표되며 논란이 촉발되었다. 바로 세레나와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미국, 9위)가 같은 박스에 위치해 3회전에서 만나게 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당시 비너스는 8번시드를 받았다.
 
지난 3월 BNP파리바오픈 3회전에서 세레나는 친언니 비너스와 대결해 졌다. 사진= GettyImagesKorea
 
2011년 신시내티오픈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시드 배정자가 아닌 도전자의 입장에 선 세레나의 낯선 모습 그리고 언니 비너스를 대회 초반에 만난다는 점, 지난 2001년 인종차별 사건 이후 윌리엄스 자매가 무려 14년간 보이콧 했던 대회에서 다시 만난다는 점 등 대회 주최측 입장에서는 많은 화제를 일으킬 만한 빅 매치가 성사되었지만 팬들로서는 안타까운 결과였다.
 
결국, 자매 맞대결은 비너스의 승리로 끝나며 세레나의 컴백은 조기 마감되었는데 문제는 다음 대회 마이애미오픈 대진표가 발표되며 세레나의 시드 배정과 관련된 논쟁은 더욱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되었다.
 
바로 BNP파리바오픈 우승으로 세계 22위까지 오른 오사카 나오미(일본, 20위)와 세레나가 1회전에서 맞붙게 된 것인데 전 대회가 종료되기 전에 대진표가 발표되기 때문에 나오미의 깜짝 우승은 당연히 반영되지 않는 것이 정상이지만 세레나와 나오미가 1회전에서 만났다는 것 자체가 이제 막 컴백을 시도하고 있는 세레나와 떠오르는 스타 나오미 모두에게 불운한 것은 분명하다.
 
이 대진으로 과연 복귀 선수에게 시드 배정을 배제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되었다, 예상을 깨고 나오미의 일방적인 승리(6-3 6-2)로 끝난 경기 결과가 더 큰 숙제를 안긴 분위기다.
 
찬반 양상으로 번진 시드 논란, 세레나를 위한 특혜인가?
현역 시절이었던 지난 2006년 세계 4위까지 올랐고 모범적인 이미지로 테니스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제임스 블레이크(미국)는 자신의 새로운 임무인 마이애미오픈의 토너먼트 디렉터로서 위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불씨를 당겼다.
 
블레이크는 "만약 출산을 이유로 잠시 공백기를 가졌다면 그 선수는 복귀 시 보호되어야 하며 이런 일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 출산이라는 축복해야 할 선물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일종의 징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복귀 시 일정 기간을 예외 기간으로 두고 그동안에는 시드 배정을 받아 더 수월히 투어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함이 마땅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현재의 WTA 규정에 대한 개정을 촉구했다.
 
유명 코치이자 현재 세계 1위 시모나 할렙(루마니아)을 지도하고 있는 대런 카힐(호주) 역시 "이런 경기는 대회 초반에 있어서는 안 된다. 세레나는 WTA에 의해 보호받아야 되고 스페셜 랭킹을 바탕으로 시드를 받을 수 있을지도 검토되어야 한다. 출산으로 여자 선수가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규정의 비판에 힘을 실었다.
 
할렙은 "아이를 출산하는 것은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세레나는 투어를 떠날 당시 세계 1위였기 때문에 같은 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나타내며 자신이 현재 세계 1위이지만 세레나를 존중하는 마음을 온전히 전달하였다.
 
유명 테니스계 인사들의 발언 및 쏟아지는 언론의 비판을 직시한 WTA의 CEO 스티브 사이먼은 "현재 우리의 규정은 사유에 관계없이 스페셜 랭킹을 시드 배정에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작년 규정을 일부 개정하면서 임신 관련 조항을 신설했는데 임신을 장기간 부상에 의한 복귀와 동일하게 여기고 마찬가지로 시드 배정을 불가한 것으로 정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오랜 공백 후 복귀하는 선수들에게 시드를 부여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우리는 출산 후 복귀하는 선수들을 위해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라는 다소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WTA의 공개 보도자료를 통한 답변에서는 "2019년 규정집 개정 관련 논의에서는 이 부분이 더욱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선수들의 요구를 항상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추가 설명을 곁들이며 규정 개선에 한층 더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이러한 변화를 모두가 달가워하는 것은 아니다. 한때 세계 66위까지 올랐던 맨디 미넬라(룩셈부르크, 286위)는 32세의 나이로 아이를 출산하고 최근 투어에 복귀하였는데 이와 같은 현상이 유명한 선수에게만 돌아가는 특혜라고 생각하며 현 규정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다소 비판적인 의견을 내세우기도 했다.
 
미넬라는 "현재 규정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맞다. 만약 세레나가 아니었다면 사안 자체가 이렇게 큰 논란거리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출산과 복귀는 예전에도 많이 있었고 그 어떤 경우에도 규정에 대한 변화를 인지하지 않았었다. 세레나는 워낙 뛰어난 선수라 분명 언젠가 다시 정상에 충분히 자력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현행 규정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미넬라. 사진= GettyImagesKorea
 
미넬라의 이런 발언은 출산 후 복귀하는 선수들, 특히 시드 배정과 다소 거리가 있는 선수들이 느낄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비롯되지 않았냐는 관점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논쟁 자체가 시드 배정에 관한 것이고 전체 복지에 관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사실 시드 배정을 받는다면 해당 선수들에게 조금 더 혜택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 사실이기에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임은 분명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WTA 선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 84위)는 지난 3월 말 "이 사안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일단 이 논란 자체가 세레나로부터 촉발되었고 그녀의 업적이나 투어에 공헌한 점, 나 자신 또한 출산 후 복귀하기 위해 들인 노력 등을 고려하면 시드 배정은 타당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시드를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다른 선수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한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므로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선수위원회에서 이런 논의를 시작하였고 모두가 인정할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자렌카 역시 지난해 7월 복귀할 당시 시드를 받지 못하고 대회에 출전하였는데 출산 전 마지막으로 출전했던 대회 당시 세계랭킹이 5위였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에 대해 그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고 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엄마 선수인 아자렌카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면서 규정 개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GettyImagesKorea
 
워킹맘 배려정책을 펼치는 국제탁구연맹
먼저 ATP와 비교해 본다면 사유를 막론하고 장기간 투어를 떠날 경우 부여 받는 스페셜 랭킹에 대한 규정을 이와 비슷한 사례로 비교해 볼 수 있다.
 
ATP는 최소 6개월간 투어에 나서지 못할 경우 소명 자료와 함께 서면으로 스페셜 랭킹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투어에 나서지 못한 6개월 중 첫 3개월간의 랭킹의 평균값을 스페셜 랭킹으로 부여하고 이를 9개 대회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스페셜 랭킹은 럭키 루저의 선택과 ATP파이널 진출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나아가 스페셜 랭킹은 시드 배정과도 무관하도록 규정집에 명시하고 있어 어찌 보면 WTA의 현행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출산은 여자 선수에게만 해당되는 예외 규정이기 때문에 ATP와 WTA를 비교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ATP에서 참고할 만한 조항이 있다. 바로 12개월 이상 투어에 나서지 못할 경우 참가할 수 있는 대회 수를 9개에서 12개로 늘린 점이다.
 
이 12개 대회는 단식과 복식이 별개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24개 대회로 늘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선수의 경기 감각 보전을 위해 ATP가 배려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아자렌카도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는데 투어를 떠난 시점부터 2년 안에 8개 대회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2년이 너무 짧다고 언급하였다. ATP는 위에서 언급한 9개 또는 12개 대회의 시작 시점을 처음 사용한 대회의 기간으로부터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작 시점상 ATP와 WTA가 다른가? 그건 아니다. 둘 다 첫 대회 사용 시점으로부터 규정하고 있다. 아자렌카가 지적한 점은 출산의 경우 산후조리 및 아이를 돌봐야 하는 기간이 수반되는데 이를 부상과 동일하게 취급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ATP의 장점인 대회 수를 참고하고 출산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기간을 더 늘리고 8개 이상의 대회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하되 경기 감각을 높이기 위해 시드 역시 받을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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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 남편 알렉시스 오하니언(흰모자)과 딸 알렉시스 올림피아 오하니. 사진= GettyImagesKorea
 
다른 종목의 예를 찾아본다면 테니스와 비슷한 탁구에서 아주 좋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시드라는 형식이 개인 스포츠에서 찾기 힘든 구조이고 토너먼트 방식에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탁구야 말로 비교 시 참고할 수 있는 명확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세계 탁구계를 관장하고 있는 국제탁구연맹(ITTF)은 지난 2017년 말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면서 임신 규정을 포함시켰다. 바로 부상 규정에 임신을 포함해 복귀 시 스페셜 랭킹을 부여 받을 수 있고 시드 배정 또한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한 것이다.
 
기존에는 시드 배정이 불가했던 탁구계에서 최근 여자 선수들의 선수 유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노장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가운데 가정을 꾸리며 활동을 이어가는 선수들의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따라서 임신과 출산에 따르는 선수들의 복귀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고 그들이 탁구계에 미친 영향과 공헌도를 감안하여 복귀 시 보호하기로 정책 방향을 잡아 이와 같은 규정을 신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부상의 재발 시 6개월 또는 9개월 사이 두 차례에 걸쳐 랭킹을 동결할 수 있는데 이는 선수의 건강을 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규정은 출산과 육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몸 상태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시 이 규정을 사용해 부상을 함께 치료하고 동시에 육아도 돌볼 수 있는 활용 방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워킹맘 선수들에게는 눈여겨 볼 조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투어를 떠난 후 18개월간 복귀하지 않을 경우 스페셜 랭킹과 시드를 받을 수 없다는 조항 또한 있다. 따라서 테니스도 탁구의 규정을 참고해 테니스계의 발전을 위해 더 유기적이고 탄력적인 제도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최상위권에서 뛰어난 실력을 선보이며 테니스계를 이끌었던 선수들을 존중하고 그들이 다시 투어에 성공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이 시대의 WTA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글= 전채항 객원기자,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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