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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프로 4인4색
작성자 : two*****
등록일 : 2016-04-24 오후 4:13:08
조회수 : 1444


                                               톱프로 4인4색


현재 랭킹과는 무관하게 세계 테니스계의 톱4라면 조코비치, 페더러, 나달. 머레이를 꼽는데 별 이의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것은 이들이 오랜 시간동안 일관성있게 팬들에게 보여준 걸출한 기량과 독자적인 개성들이 전세계 테니스팬 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표일 것입니다.


이른 바 전설(Legend)이라고 불리는 스포츠 분야의 예외적인 스타들의 군웅할거는 생태학(ecology)의 종다양성(diversity of spices) 개념을 원용해서 말한다면 그만큼 테니스코트 내외에서의 팬들의 찬탄과 경배 그리고 대중적 인기의 층위와 스펙트럼을 두텁게 그리고 폭넓게 확장시키는데 일조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꽤 오랫동안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가 보여준 마술적인 플레이에 숭배에 가까운 탄성과 존경을 보내 왔습니다. 황제(emperor)라는 칭호가 페더러만큼 어울리는 선수는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시종일관 무표정한 표정, 마치 소소한 일에 울고 우는 감정의 표출은 저잣거리 평범한 인간들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말하는 듯한 그의 시크하며 때론 담담하기까지한 얼굴에서 루이 14세나 정복왕 윌리엄 1세의 근엄함을 떠올리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기까지 합니다.


군자는 추워도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말처럼 페더러는 상대의 어떤 샷에도 당황하거나 또는 옹색한 플레이로 황제의 권위를 흐리게 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는 수십 수 앞을 내다보는 바둑의 기성처럼 상대와의 랠리를 통해 당길 때와 밀 때, 압박할 때와 풀어줄 때를 동물적 감각으로 감지하고 늘 공세적 입장에서 게임을 풀어가는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상대의 쓰나미처럼 압도적인 공세가 퍼부어져도 황제는 결코 흔들리지않고 오히려 우아한 풋워크와 아무도 예상못한 신기의 샷 한방으로 득점을 확신하고 있는 상대나 관중들의 의표를 날카로운 비수로 찌르고 니서는 그저 휙 뒤돌아서서 손목밴드로 이마의 땀을 쓱 문지르면 그만인 것입니다. 그를 황제라 부를 수 밖에 없는 이유!


황제는 한 사람으로 족하고 역사적으로 황제는 프로이트가 말한 '불안의식'이나 오이디푸스적 제왕살해의 위협에 놓이게 마련입니다. 멀리 갈것도 없이 제가 요즘 쓰고 있는 연재의 영월편에도 언급되지만 어린 조카 단종과 추종자 들을 철저히 도륙한 수양대군 세조의 광포한 칼부림을 제왕살해의 불길한 불안 탓으로 돌리는 것은 매우 타당해 보입니다.


여기서 잠깐 우리 인간들의 안과적 특성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눈은 외부의 대상을 망막을 통해 시신경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대상이 시야에서 없어져도 약 1/16초 동안 그대로 망막에 남아있는 '잔상(after-image)'이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우리가 2차원 평면 위에서 움직이는 3차원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이 잔상이라는 특성 때문입니다.


로저 페더러는 1998년 크슈타드에서 생애 첫 ATP 투어 경기를 치른 이래 2015년까지 무려 17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획득하여 이 부문 세계 최고기록을 갖고 있고 2009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역대 7번째 선수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햇수로 따져도 무려 15년 가까운 세월동안 전세계 테니스 팬들의 뇌리에 박혀있는 황제의 이미지가 잔상처럼 붙어있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올해 34세로 여섯살이나 젊은 조코비치에게 세계 1위 자리를 내어주었지만 테니스팬들의 뇌리에 여전히 머물고 있는 테니스황제의 이미지가 퇴색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 눈의 잔상효과처럼.


노박 조코비치 - 현재 살아있는 권력 !


내전으로 얼룩진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우는 발칸반도의 세르비아라는 나라에서 조코비치라는 매우 독특한 캐릭터 를 지닌 테니스 신성을 배출한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코트에서 조코비치가 보여주는 매우 미케니컬한 스트록과 서비스는 마치 인공지능(AI)을 장착한 인조인간처럼 보일 정도로 '테니스기계'라는 그의 별명이 어울리는 선수입니다.


올해 초 호주오픈 1회전에서 우리나라 정현 선수와의 대결을 지켜보신 분들은 그의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런 서비스와 좌우 코너를 예리하게 파고드는 스트록, 그리고 허를 찌르는 쇼트로 혈기방장한 약관 20세의 청년을 땀에 젖은 셔츠를 갈아입도록 지치게 하면서 아주 쉽게 3대0 스트레이트로 완승하는 것을 보셨을겁니다. 방송이나 언론에서는 이제 스무살 청년이 세계 1위와 붙어 그 정도면 선전했다고 부추켰으나 제가 보기엔 그것은 달짝지근한 립서비스에 불과한 듯 합니다.


정현과의 경기에서 조코비치의 경기력은 50퍼센트도 발휘되지 않은 듯 보였고 웜업게임 정도로도 정현을 압도할 수 있을만큼 기량 차이는 현격하게 느껴졌습니다. 좀더 랠리를 안전하게 가져가서 상대의 에러를 유도해야 한다는 우리나라 방송해설자의 무지한 해설을 듣노라면 정현을 통해 갖는 국가주의적 애국심마저 부끄러울 정도였다는 것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조코비치의 독특한 캐릭은 바로 유머코드입니다. 유머는 세상의 모든 심각하고 짜증나는 일이라는 폭탄에서 살짝 그 뇌관을 뽑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조코가 마리아 샤라포바의 서비스폼을 흉내내기 위해 흘러내린 귀밑머리를 손가락으로 정돈해 올리는 모습을 보신 분들이라면 전투 적인 게임에 앞서 마음의 긴장이 풀어지며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경험을 하셨을 것입니다.


그 밖에 클레이코트의 왕자 라파엘 나달의 강인한 근육질 체구에서 느껴지는 스페인 무적함대의 용맹스런 전사같은 다이내믹한 스트록과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빠른 풋워크와 볼에 대한 무서운 집중력은 언제 보아도 우리들의 몸에서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만듭니다.


휴식을 위한 대기의자 앞에서 음료수병을 일렬로 가지런히 놓아야 하고 서비스 전에 말려들어간 7부 바지를 엉덩이골에서 손으로 빼내는 동작도 우리에겐 분명 귀엽기까지한 그의 흥미로운 버릇입니다.


견고한 성처럼 전형적인 영국인의 근직함을 보여주는 앤디 머레이의 플레이도 지켜보는 우리들에게 묘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선수입니다. 특히 앤디는 윔블던이라는 현대 테니스의 성지가 풍기는 독특한 국가주의적 자부심과 영예와 결부될 때 훨씬 더 멋져 보이는 선수입니다.


2013년 윔블던 결승전에서 장장 77년만에 조국의 우승을 간절히 염원하는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코비치를 6대4, 7대5, 6대4로 완파하고 윔블던 우승컵에 앤디 머레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었을 때의 감격은 꼭 영국인이 아니라도 가슴벅찬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34세의 페더러, 29세의 나달과 28세의 조코비치와 앤디 머레이라는 걸출한 스타들의 플레이를 동시대에 지켜보는 우리들은 분명 행운아들입니다. 물론 이들도 생물학적 나이를 먹어가면서 서서히 스폿라이트를 받는 무대에서 물러날 것입니다. 그러나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The old man never dies. He Just fades away.)'라는 맥아더 장군의 말처럼 이들 네명의 전설들이 써내려간 테니스 역사는 분명 전세계 테니스팬들의 뇌리에서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2016년 4월 24일. 한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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