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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초원의 도시에서 열린 제9회 대중국제회의
작성자 : 송선순 객원기자
등록일 : 2018-09-14 오후 4:17:30
조회수 : 1245

새로운 문화를 알아가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중국의 테니스 발전을 위해 해마다 열리고 있는 대중국제회의 장소는 매년 바뀐다.
기자는 올해로 6년째 참석하며 그 지역의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대중국제회의는 2010년 연변자치주의 연길시를 시작으로 광서성의 계림, 절강성의 구강시, 강서성의 소주에 이어 사천성의 성도, 요녕성의 단동, 광동성의 심천, 산동성의 청도, 올해는 네이멍구자치구 싱안맹 우란하오터시에서 열렸다. 우란하오터시는 붉은 도시라는 뜻으로 중국에서 제일 먼저 소수민족 자치구가 되었고, 1986년 비교적 일찍 개방도시가 되었다.
 
떠나기 전부터 몽골인들의 대표적인 페스티벌인 나담축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하마주, 하닥, 오보, 파오, 어워 등 이국적인 단어들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기까지 했다.
한국에서 우란하오터시까지 가는 직항이 없어 어떤 경로로 가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북경이나 천진, 심양으로 가서 열 시간 가까이 기다렸다가 비행기를 갈아타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장춘에 도착해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었다. 우리는 기차로 이동하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8월 9일,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 오전 9시 비행기에 올랐다. 춘천의 한광호 회장을 비롯해 대구의 이영철, 구미의 서한상 그리고 더테니스의 방극용 기자 등 총 다섯명이 함께 출발했다.
 
2시간 만에 장춘 공항에 도착하니 올해 9년째 대중국제회의를 주관하며 모든 경비를 지원하고 있는 위지이 중국테니스협회 특별부회장과 연변자치주 테니스협회 양창휘 회장이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도 귀한 손님이 오면 꽃다발을 들고 환영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낯설었으나 흐뭇하고 뿌듯한 여운을 남겼다.
 
장춘의 열차 터미널은 여러가지로 놀라웠다. 규모가 공항만큼이나 컸다. 거기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명절에 귀성열차를 기다리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장춘에서 우란하오터시까지 가는 고속 열차표를 예약하기 위해서는 미리 여권 사본이 필요하다더니 열차표마다 각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모든 것이 현대화 된 것처럼 보였는데 한사람 들어갈 때마다 개찰을 하는 것을 보니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될 듯 싶다.
열차는 새마을호 같은 속도로 4시간 반 동안 달렸다. 주변에는 가도 가도 끝없는 초원이 펼쳐졌다. 통역을 위해 동행한 조선족 김령령은 일본어와 한국어 그리고 중국어까지 능숙해 일본 회사에 근무하는 아가씨다. 김령령은 “한국 여행 중에 KTX 를 탔는데 열차표 검사를 하지 않아 놀랐다”며 “일본에서야 익숙한 일이지만 한국의 발전 속도를 보며 감탄했다”고 전했다.
 
옛 고구려의 땅 우란하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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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주관한 싱안맹 우란하오터시협회 관계자들

열섬 같은 한국과는 달리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는 우란하오터시에 도착하자 생각했던 초원은 없고 불야성 같은 대도시의 모습이 제일 먼저 다가왔다.
우란하오터시는 인구 20만 중 한족이 대부분이고 몽골인은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외 소수 민족 중 조선족이 많아 조선족 중학교도 있다.
한때 고구려 땅의 일부분이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뒷받침 하는 많은 자료들이 한국의 사학자들을 끊임없이 방문하게 만드는 곳이다. 지금도 '고려성'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연구가들이 많다.
우리는 국제회의가 개최될 싱안맹 세기왕조호텔에 짐을 풀었다.
 
이튿날 새벽, 일행은 호텔 근처의 실내체육관을 찾아 테니스로 지친 몸을 달랬다. 실내테니스장 시설은 번듯했으나 관리가 소홀한지 뛸 때마다 안개처럼 올라오는 뿌연 먼지에 마스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나담 축제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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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담축제 현장

이른 아침, 각지에서 모인 대중국제회의 참석자들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광활하게 이어지는 초원 위에 양떼들이 노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초원 곳곳에 서낭당과 같은 민속신앙의 돌무더기 '오보'가 보였다.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기복 신앙인 오보에 몽골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찾아가 기도를 한단다.
 
두 시간 넘게 이동해 축제 현장에 도착했다. 201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나담축제는 씨름과 활쏘기 말타기 등 세 종목으로 유목 문화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축제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사는 몽골인들이 매년 7~8월이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나담축제를 열어 국내 언론에도 종종 소개되었다.
드넓은 초원에서 열리고 있는 축제 개막식에는 몽골 전통 춤, 전통 음악 공연과 더불어 다양한 먹거리가 전시되었다. 각양각색의 전통복장을 갖춰 입은 참가자들이 민속 음악에 맞춰 행진하는 모습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그대로였다. 대축제답게  남녀노소 수많은 구경꾼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쪽에서는 '버흐'라는 전통 씨름경기가 펼쳐지고 한쪽에서는 전통춤사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뿌연 먼지를 일으키는 말 타기 경주가 벌어지는 곳에 가 보니 마상생 마배장(馬上生 馬背長), 즉, 말에서 태어나 말에서 죽는다는 징기스칸의 후예답게 용맹하게 달리고 있었다. 나담 축제는 이곳저곳 종일 보아도 지치지 않을 만큼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했다.
 
 
대중국제회의 주제는 '초원의 테니스'
11일 아침 9시, 회의가 열리는 싱안맹 왕조호텔 4층 대회의장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전통복장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들이 노래를 하며 도착하는 손님들의 목에 파란색 천을 둘러주며 술을 권하고 있었다. '하닥'이라고 불리는 파란천은 무사안녕을 비는 민간신앙이란다.
또 손님을 접대하는 오랜 풍습으로 술(하마주 下馬酒)을 한잔씩 건네는 데 잔을 받으면 네 번째 손가락을 이용해 술을 묻혀 하늘과 땅, 그리고 자신의 이마에 그어주며 환대에 화답하는 것이 예의라고 하니 회의 시작 전부터 마신 독한 술기운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았다. 강렬한 여운을 남긴 새로운 문화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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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주는 무사히 말에서 내려온 것을 축하한다는 것을 뜻한다
 
가정철의 사회로 진행된 회의는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졌다. 각 지역에서 온 1백여명의 대표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회의 내용을 들으며 기록했다.
위지이 전중국테니스협회 수석부회장은 개회사에서 “그동안 아마추어 테니스 저변확대에 큰 영향을 끼쳤던 이 회의가 내년이면 10년째가 된다”며 “앞으로 10년은 아시아 곳곳의 나라를 대상으로 국제회의가 이어질 것이며 그 다음에는 세계무대로 뻗어 나가 중국테니스 발전을 위한 초석을 마련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싱안맹테니스협회 정보옥 회장은 내몽골 테니스 현황을 토대로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내몽골 청소년 테니스 재능 개발 계획에 대해 상세하게 발표했다.
정 회장은 “싱안맹은 내몽골 테니스의 탄생지로 1930년대부터 시작되었다”며 “현재 실내코트 22면과 실외코트 57개가 있어 1천여명의 동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수년 전부터 대중국제회의에 참석하면서 테니스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알게 되어 큰 도움을 얻고 있다”고 했다.
특히 싱안맹테니스협회는 55세 넘은 시니어들을 위해 연간 실내코트 사용료를 한화 5만원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을 대표해서 발표한 한광호 춘천소양강배 준비위원장은 '인생60,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본인과 친구들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사진으로 만든 동영상은 갤러리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올해 58무술생들의 환갑기념 백두산 여행과 테니스 동영상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60세를 제대로 표현해 더욱 큰 의미부여가 되었다.
 
한 회장의 발표 내용을 보던 가정철은 “미래의 모습을 앞당겨 보는 것 같다”며 “테니스 덕분인지 나이 60에도 무엇이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열정과 체력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각 지역의 테니스 관련 리더들이 차례로 나와 의견을 발표하고 토론 형식의 시간이 길어져도 회의장 분위기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대구의 이영철 회장은 “생애 처음 이렇게 진지한 토론 행사에 참가해 보았는데 배울 점이 많다”며 “그간 한국의 테니스 현황을 소개하고 발표해 온  춘천의 한 회장이 자랑스럽고 내년에는 글로벌 시대인 만큼 젊은 아들을 데리고 포럼에 참가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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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호 회장의 발표를 진지하게 듣고 있는 참석자들
 
해마다 중국 각 지역의 테니스 발전을 위해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제공하는 제9회 대중국제회의가 막을 내렸다.
내년에는 상하이 마스터스 경기가 열리는 기간에 상하이에서 열리게 될 것이라며 상하이 임원들이 플랜카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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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회의는 상하이에서 열린다
 
8년째 대중국제회의에 참석한 한광호 소양강배 준비위원장은 “중국은 엘리트는 활성화 되어 있으나 아마추어 테니스는 대중국제회의를 통해 발전의 계기를 맞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제 중국을 넘어 아시아 10년, 세계 10년으로 이 회의를 확장하겠다는 큰 계획을 발표했으니 기대를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고 전했다.
 
매년 열리는 대중국제회의에서 뺄 수 없는 것이 여행이다. 회의를 마치면 그 다음 날부터 2박3일 여행과 테니스로 다 함께 어울린다. 해가 갈수록 가족 같은 분위기가 되어 그 놀라움은 더욱 크다.
우란하오터시에는 볼거리가 많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칭기즈칸 사당. 칭기즈칸은 어디에 묻혔는지 알 수 없지만 커다란 사당에는 그의 업적을 기리는 다양한 그림과 동상이 있다. 시내가 한 눈으로 다 보이는 탁 트인 시야와 깔끔하게 정비된 사당 주변은 몽골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성지'인가를 깨닫게 했다. 그 후 박물관과 몇몇 곳을 돌아보았는데 조선족 중학교를 방문하지 못한 것이 숙제로 남았다.
 
초원의 밤, 몽골전통가옥 게르에서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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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초원에 펼쳐진 게르

마지막 밤, 몽골 전통가옥 게르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렸다. 몽골인들은 귀한 손님이 오면 양 한 마리를 통으로 구워 대접한다는 '카오취안양' 의식을 치렀다.
양을 자르기 전에 일종의 케이크 커팅식처럼 절차를 밟는데 남녀 한 사람씩 양의식을 치르고 하마주를 마시게 했다. 하늘과 땅과 조상께 인사를 드린 후 양고기는 귀빈들에게 나눠 주었다.
식탁에는 통구이 바베큐와 삶아서 수육으로 만든 종류의 양고기가 푸짐하게 계속 나왔다. 이렇게 맛있는 양고기는 처음 먹어본다는 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왔다.
잡냄새 하나 없이 어떻게 요리를 한 것인지 그간 먹었던 양꼬치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육즙 풍부하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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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으로 구운 어린 양인 '카오취안양'
 
구미에서 온 서한상 회장은 “중국 사람들에게 감동받을 만큼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며 “머무는 동안 직접 보았던 나담 축제나 그외 다양한 이색체험 등은 잊지 못할 것이다”고 전했다.
공연장에서는 쉬지 않고 몽골 전통 악기 연주와 노래로 흥을 돋우었다. 특히 전중국 테니스대회에 나가 여러 번 우승한 후 전통무용에 혼을 쏟고 있는 이희연 싱안맹테니스협회 사무국장의 춤은 놀라웠다. 머리에 접시를 올려놓고 춤을 춰도 얼마나 중심을 잘 잡는지 쏟아지지 않았다.
 
축제의 마지막은 캠프파이어와 폭죽이었다. 모든 내빈들이 초원에 나와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 하듯 돌며 하늘로 솟는 붉은 기운을 흡수했다.
초원에 부는 바람이 가슴을 타고 흘러갔다. 점점 더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빛을 보며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일행은 출국 시간을 맞추기 위해 우란하오터시에서 밤 열두시 완행열차를 타고 장춘으로 출발했다. 새벽 동틀 때까지 흔들거리는 열차 안에서 이번 여행을 정리했다.
인생의 내공을 쌓는 방법은 두 가지로 하나는 독서를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행은 돌아다니면서 하는 독서와 같다는데, 내몽골자치구 싱안맹에서 보낸 4박5일은 쉽게 잊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많았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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