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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헤글리파크 테니스클럽
작성자 : 송선순 객원기자
등록일 : 2013-02-08 오전 11:12:51
조회수 : 4477

헤글리파크 테니스클럽 회원들 모습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난생 처음으로 천연잔디코트를 밟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난해 영국에서 윔블던이 열리는 센터 코트에 심어진 천연잔디를 멀리서만 보아 아쉬웠는데 이번 기회에 직접 잔디코트에서 라켓을 휘둘러보니 세계적인 선수가 된 듯 한 기분이었다.
 
33일간의 일정으로 떠난 고단한 배낭여행자의 쉼터로 여겨졌던 정원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는 2년 전에 일어난 지진으로 중요한 볼거리들이 다 무너져 폐허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간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뉴질랜드 여행 가이드 책에는 지진 이후의 크라이스트처치의 상태가 전혀 소개가 안되었기 때문에 아무 의심 없이 4박 5일의 일정을 잡아 놓아 매일 에이번 강가에서 뱃놀이를 하거나 켄터베리 박물관과 그 옆의 보타닉 가든의 헤글리파크을 산책하며 보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헤글리파크 안에 20면이나 되는 천연잔디코트를 발견하게 되었고 마침 그곳에서 운동하던 한국 교포 정은주씨를 만나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려 운동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정은주씨는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헤글리파크 테니스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녀의 남편 데이비드는 이 클럽에서 3년간 회장을 맡은 연륜과 실력을 겸비한 뉴질랜드 토박이였다. 가장 좋은 여행은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라더니 절묘한 인연의 시작이었다.
 
헤글리파크 테니스클럽 회원들은 남녀노소 다양한 국적을 자랑했다. 특히 천연잔디코트가 무릎에 부담을 덜어 주기 때문에 80세가 넘은 회원들도 많고 주부들 그리고 젊은 청년들까지 100여명의 회원들이 속해있다.

이 클럽은 요일 별로 주니어와 시니어, 그리고 주부까지 시간을 나누어 모이고 있다. 시니어들은 주로 주말 오후에 만나 운동을 즐기고 모든 게임이 종료되면 전 회원들이 둘러 앉아 오붓한 다과시간을 갖는다. 마침 우리가 방문하던 날도 조용조용 담소를 나누며 모임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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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번 경기를 마치면 전 회원들은 가볍게 다과를 나누고 헤어진다고 했다
 
2층 라커룸은 고급 리조트의 휴게실처럼 꾸며져 있었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다양한 자료들이 깔끔하게 비치되어 있었다. 한쪽 벽에 걸린 커다란 현판에는 1950년대 이 클럽을 이끌어 오던 초대회장부터 최근 회장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매 년 열리는 대회의 우승자들 또한 80년대부터 각 부별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돈되어 있었다.
 
데이비드 전 회장은 “헤글리파크의 잔디코트는 윔블던 관계자들도 칭찬을 할 만큼 코트 관리가 잘 되어 있는데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 무거운 롤링으로 잔디를 눌러주고 수시로 잔디를 깎아 주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회원들이 내는 연 300달러의 회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또 “잔디코트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매우 좋은 컨디션으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나이가 들어도 무릎 에 부담을 안주니 건강하게 오래 테니스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이 클럽을 이끌고 있는 운영위원들은 회장을 비롯하여 회계사가 맡는 총무, 그리고 대외적인 법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전담 변호사, 뉴스레터를 만들고 그 외 행사 전반과 코트 운영비 부족을 메우기 위한 정부에 대한 지원 서류 준비를 하는 비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결혼 후 라켓을 잡기 시작한 정은주씨는 “이곳은 레슨비가 매우 비싸서 자주 레슨을 받을 수가 없었다. 10여년을 남편이 매일 백보드가 되어 가르쳐 주었는데 부부가 함께 테니스를 하다 보니 서로 문화적인 정서가 달라 힘들었던 부분도 상쇄시킬 수 있어서 서로가 보람을 느끼고 있다. 단지 우리 부부뿐만이 아니라 이곳으로 이민을 온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도 테니스장에 나오면 하나가 되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 빨라 몸을 다쳐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도 주말이면 다 함께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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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30년 전의 우승자들의 이름이 다 적혀있다
 
헤글리파크 테니스코트에서 열리는 가장 중요한 행사는 매년 10월 첫째 주에 열리는 베테랑토너먼트 대회다. 회원은 물론이고 호주나 그 외 여러 나라에서 출전할 만큼 대회가 유명하다. 뉴질랜드의 최고 선수인 렌킹터너도 헤글리파크 회원으로 활동하며 함께 참석을 해 대회의 명성을 키웠다. 이 대회는 첫날은 단식, 그 다음날은 혼합복식으로 이틀간 열린다. 상품은 작지만 우승자에게는 현판에 이름이 기록되는 대단한 명예를 갖게 된다.
 
보타닉 가든 안의 헤글리파크 잔디코트가 생긴 것은 1905년, 그로부터 백 년이 넘게 흘렀어도 이제 막 생긴 것 같은 청청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정원 안의 아름드리나무들이 품어내는 피톤치드 덕분일까? 종일 운동해도 지치지 않는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 거기에 폭신한 잔디코트! 혹 크라이스트처치의 천연잔디코트에서 운동을 하고 싶은 분들은 정은주씨(전화 0064-21-257-0515)에게 연락하면 된다.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기쁜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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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우승자들의 사진이 걸린 라커룸은 마치 우아한 찻집 같은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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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난 직후의 선수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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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 정은주씨 부부, 남편 데이비드(오른쪽)와 함께 운동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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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과 헤글리파크 공원이 보이는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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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처럼 펼쳐진 천연잔디 코트가 15면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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